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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칼럼/김지은]스타 교수님 사절!

입력 | 2012-10-19 03:00:00


김지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대학생 박모 씨(24)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학교 갈 준비를 했다. 통학시간이 1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서둘러 지하철을 탔다. 학교에 거의 다 왔을 때 휴대전화 문자가 도착했다. “오늘 수업 휴강입니다.” 박 씨는 허탈해졌다. 강의 시작 50분 전이었다. 휴강에 대한 이유도, 보충 강의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A 교수의 불성실한 강의 태도는 이번뿐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강의시간에 지각하지 않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3시간이나 되는 수업 시간 중에 제대로 강의를 한 적도 거의 없다. 학생들에게 발표를 맡기고 자신은 간단한 코멘트를 할 뿐이다. 코멘트를 하는가 싶다가는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유학 얘기, TV에 출연한 얘기로 빠져 버린다.

A 교수는 학계에서도, 언론에서도 유명한 학자다. 관련 사안에 관한 토론이 있거나, 조언이 필요할 때 방송에 나가 지식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의 지식은 정작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한다. 학생을 가르쳐야 할 강의 시간에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유명하고 바쁜 사람인지 자랑을 하기 때문이다.

역시 방송에 종종 출연을 하는 다른 대학 B 교수의 강의도 다르지 않다. 그는 강의 시간에 30분씩은 꼭 늦는다. 강의 내용은 거의 자신이 TV에 나왔던 얘기다. 성적 평가는 기말고사로만 이루어진다. 기말고사를 위해 공부해야 할 책은 학생들이 한 번도 수업시간에 본 적이 없는 책이다. 성적 평가는 한 학기 동안 교수가 가르친 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르친 것도 거의 없이 결과만 내놓으라 한 것이다.

C 교수는 자신이 쓴 책의 재고가 남으면 으레 직접 학생들에게 자신의 책을 팔았다. 그러나 정작 그 책으로 강의를 한 적은 없다. 결국 자신의 책을 팔기 위해 학생들에게 일종의 강매를 했던 것이다. 이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은 성적에 영향이 있을까 두려워 교재도 아닌 책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했다. 반값 등록금 시위를 할 정도로 절박한 학생들이 있는데,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쓸데없는 돈을 쓰라고 요구한 것이다. 비록 그 교수가 성적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한들, 어느 학생이 100% 그 말을 믿을 수 있었을까?

이러한 교수들의 행태는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이를 막기 위한 강의평가 제도가 학교마다 존재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불신이 꾸준히 있어 왔다. 불성실한 강의 태도를 보이는 교수들에게 강의평가 점수를 나쁘게 주더라도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교수를 쉽게 자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의평가 제도의 문제점은 또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점을 확인하기 위해 강의평가를 먼저 입력해야 한다. 즉, 학생들은 자신의 강의평가 내용이 교수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어서 학점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점은 취업을 할 때 주요 스펙이다. 그렇기에 교수에게 소위 찍혀서 학점을 잘못 받으면 취업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처럼 학점을 볼모로 잡혀 있는 학생들은 교수들의 불성실한 행태에 불만을 제대로 표출하기 어렵고, 교수들은 본인 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강의평가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교수들 스스로가 개심(改心)해야 한다.

교수들이 TV에 나오고 학계에서 유명한 인사가 되고 싶다면 그러면 된다. 다만 그 일이 너무 바빠 학생들을 가르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교수를 그만둬야 마땅할 것이다. ‘교수(敎授)’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줄 때 성립하는 직함이다. 명성에 집착해서 정작 자신의 본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교수들은 왜 자신의 이름 뒤에 교수가 붙는지 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지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