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A 교수의 불성실한 강의 태도는 이번뿐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강의시간에 지각하지 않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3시간이나 되는 수업 시간 중에 제대로 강의를 한 적도 거의 없다. 학생들에게 발표를 맡기고 자신은 간단한 코멘트를 할 뿐이다. 코멘트를 하는가 싶다가는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유학 얘기, TV에 출연한 얘기로 빠져 버린다.
A 교수는 학계에서도, 언론에서도 유명한 학자다. 관련 사안에 관한 토론이 있거나, 조언이 필요할 때 방송에 나가 지식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의 지식은 정작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한다. 학생을 가르쳐야 할 강의 시간에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유명하고 바쁜 사람인지 자랑을 하기 때문이다.
C 교수는 자신이 쓴 책의 재고가 남으면 으레 직접 학생들에게 자신의 책을 팔았다. 그러나 정작 그 책으로 강의를 한 적은 없다. 결국 자신의 책을 팔기 위해 학생들에게 일종의 강매를 했던 것이다. 이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은 성적에 영향이 있을까 두려워 교재도 아닌 책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했다. 반값 등록금 시위를 할 정도로 절박한 학생들이 있는데,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쓸데없는 돈을 쓰라고 요구한 것이다. 비록 그 교수가 성적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한들, 어느 학생이 100% 그 말을 믿을 수 있었을까?
이러한 교수들의 행태는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이를 막기 위한 강의평가 제도가 학교마다 존재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불신이 꾸준히 있어 왔다. 불성실한 강의 태도를 보이는 교수들에게 강의평가 점수를 나쁘게 주더라도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교수를 쉽게 자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의평가 제도의 문제점은 또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점을 확인하기 위해 강의평가를 먼저 입력해야 한다. 즉, 학생들은 자신의 강의평가 내용이 교수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어서 학점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점은 취업을 할 때 주요 스펙이다. 그렇기에 교수에게 소위 찍혀서 학점을 잘못 받으면 취업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처럼 학점을 볼모로 잡혀 있는 학생들은 교수들의 불성실한 행태에 불만을 제대로 표출하기 어렵고, 교수들은 본인 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강의평가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교수들 스스로가 개심(改心)해야 한다.
김지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