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 사진제공|하나외환챔피언십
김미현 은퇴…지도자로 새출발
“10승 못채운건 아쉽지만 미련은 없어
우승 순간보다 아기와의 시간 더 감동
많은 경험 토대로 후배들을 지도할 것”
“(박)세리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지 모르죠.”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올 1월 발목과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그게 오히려 몸을 더 망가뜨렸다. 재활 기간도 길어지고 선수로서 경기에 나설 몸 상태가 안 됐다. 또 승부욕이 예전 같지 않다. 전에는 남한테 지면 분하고 억울했다. 그래서 다음에 더 잘하려고 기를 썼다. 그런데 이제는 어린 선수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거나 억울하기보다 예쁘게 보인다. 그러면서 ‘내가 예전 같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3∼4년 더 뛰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아쉬움은 없나?
“아쉬움은 있지만 미련은 없다. 가장 아쉬운 일이라면 8승으로 끝난 거다. 10승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평생 우승하지 못한 선수도 있으니까, 그것도 과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지도자로서 성공하고 싶다.”
“아니다. 이제는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우승했을 때 그 순간 기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감동적이지 않았다. 그것보다 아기와 함께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더 감동적이다. 골프도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지만 아기를 키우면서 내가 더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갖고 있는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우리는 오직 스윙에만 매달려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코스 매니지먼트나 멘탈, 쇼트게임 등 더 중요한 부분이 많다. 내가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많은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그런 부분을 어린 선수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지도자로 성공하고 싶다.”
-‘세리키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서운하지 않았나?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후배들을 보면 2∼3년 만에 크게 성장하는 선수도 많다. 그러나 항상 톱에만 있을 수는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흔히들 말한다. 버디 잡는 건 힘들고 보기를 하는 건 쉽다고. 올라가는 건 힘들지만 내려오는 건 금방이다.”
영종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