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이날의 어이없는 해프닝은 협회와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갈등이 빚은 촌극이었다. 특히 협회가 IB스포츠에 빼앗겼던 손연재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몽니를 부렸다는 게 중론이다. 손연재가 협회에서 권유한 일본 이온컵(9월 28∼30일) 출전을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얘기도 나온다.
협회는 ‘선수 보호’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협회 소정호 사무국장은 “손연재는 부상 중이다. 또 세리에A는 국제체조협회(FIG)나 이탈리아체조협회가 주최하는 대회가 아닌 지역 이벤트성 대회에 불과하다. 더구나 어떤 대회도 선수가 직접 개최지에 가서 선수 등록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소 국장은 “손연재는 연예인이 아니라 협회 소속 선수다. IB스포츠가 끼어들어 상업적으로 이용만 하고 절차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협회가 갈라쇼에 소속 선수를 보내는 조건으로 4000만 원을 챙기는 등 ‘손연재 효과’는 한껏 누리면서 상업성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지적했다.
런던 올림픽 이후 협회 및 대한체육회의 각종 행사에 동원됐던 뜀틀 영웅 양학선(20·한국체대)은 “이렇게 통제된 상황에선 운동하기 싫다”며 괴로워했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협회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의 토로였다.
선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줘야 할 협회가 오히려 족쇄를 채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