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끔찍해야 사형 선고 내리나요吳 항소심서 사형→무기 감형… 金 ‘불우한 가정환경’ 참작
“얼마나 더 끔찍한 범죄가 벌어져야 사형 선고를 내리겠다는 건가요. 죽은 우리 누나만 불쌍하죠….”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법 형사법정 404호.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358조각으로 무참하게 훼손한 조선족 오원춘(42)에게 법원이 1심의 사형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순간 한 남성이 방청석에서 벌떡 일어섰다. 피해 여성의 남동생이었다. 멍하니 재판정을 바라보던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법정을 나섰다.
동아일보 기자가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자포자기한 듯 힘없는 목소리였다. “공판 때마다 지켜봤는데 사형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누나가 떠난 뒤 부모님과 큰누나 등 가족 모두가 망가진 채로 비참하게 살고 있다”며 “국회 앞이나 정부중앙청사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했다. 유가족은 오원춘이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그동안 백방으로 뛰어 왔다. 그는 “판사가 우리 가족에게 ‘당신들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며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흉악범의 손에 숨져간 꽃다운 영혼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 그들의 인권은 누가 지켜주고 억울함은 이제 누가 풀어줘야 하는 것일까.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통영=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