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정치부 기자
그의 말처럼 비서실 인선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없었을까. ‘캠프의 핵심’으로 불리는 비서실의 팀장급은 대부분 친노이며 규모도 47명으로 웬만한 본부보다 크다. 특히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팀장인 메시지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들이 장악하고 있어 ‘핵심 중 핵심’으로 불린다. 팀 규모도 18명으로 민주캠프 70여 개 팀 가운데 가장 크다. 그런데도 언론의 지적이 지나친 것일까.
문 후보의 ‘언론 탓’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선 영화 ‘광해’를 보고 운 이유를 “균형외교를 추구했다가 보수세력 수구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았다. 그런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을 언론이 부당하게 공격했다는 인식이었다.
우려되는 점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언론에 대한 문 후보와 캠프의 반응도 격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문 후보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질문을 중간에 끊고 “됐다. 더 세세한 질문은 필요하지 않다”며 면박을 줬다. 후보에게 묻기 위해 다가가는 기자를 수행원이 두 손으로 잡아 접근을 막기도 했다. 기자들이 항의하자 대변인은 오히려 “후보가 알지 못하는 내용을 직설적으로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짜증을 냈다. 문 후보는 자신의 언론관에 대해 ‘편 가르기를 하지 않겠다는 게 원칙’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종합편성채널 출연은 거부하고 있다.
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여정부 시절 언론과의 관계에 대해 “불편하기도 했지만 건강한 긴장관계였다”고 평가했다. 분위기가 냉각되자 곧바로 “저는 그렇게는 안 하겠다”고 덧붙였지만 대통령이 언론을 직설적으로 공격하고 정부가 기자실에 대못질한 것을 ‘건강했다’고 하는 것은 온당한 인식일까. 그가 대통령이 되면 언론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장원재 정치부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