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 아닐 불 求: 구할 구 甚: 깊을 심 解: 풀 해
혼돈의 시대와의 불화를 경험하면서 도연명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전원에 들어가 은둔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가 전원으로 돌아가 사는 기쁨을 노래한 ‘귀거래사(歸去來辭)’란 시를 보면 농사일을 하는 틈틈이 술에 취해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물끄러미 남산을 바라본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는 식의 풍류를 즐겼다. 물론 집안에 변변한 밭뙈기도 없는 어려운 삶 속에서도 그는 한가롭게 글을 읽고 시를 쓰는 가운데 행복을 느낀 것이었다.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이라는 산문은 전기 형식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표현하였는데 해학적인 문투가 일품이다. 물론 선생(先生)은 도연명 자신이다.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선생은 어디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그 성과 자도 자세하지 않다./집 주위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 있어/그 호로 삼았다./한가롭고 고요하며 말이 적고/명예와 실리를 도모하지 않았다./독서를 좋아하지만/깊은 해석을 구하지는 않고/뜻 맞는 곳이 있기만 하면/기꺼이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린다.(先生不知何許人, 亦不詳其姓字. 宅邊有五柳樹, 因以爲號焉. 閑靖少言, 不慕榮利, 好讀書, 不求甚解. 每有意會, 便欣然忘食)”
도연명이 젊은 시절에 쓴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에서 그는 책을 읽을 때도 한 자 한 구의 해석에 구애받기보다는 책 속의 대의를 깨닫는 데 중점을 두며, 자신의 생각과 들어맞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푹 빠져들어 청복(淸福)을 누린다는 내용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