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老母)
―전연옥 (1961∼ )
스타킹은 문갑 위에 있다
거 봐라 내 뭐랬니
내일 모레면 너도 이제 서른인데
다닐 때 안경 벗지 말고
또릿또릿 잘 보고 다녀야 한다
참내, 구둣솔은 네가 들고 있잖니
건널목에서도 좌우 잘 살피고 다녀라
어린애가 아니니까 내 이러지
아, 잘 살피고 다녀야
네 맘에 드는 남자가 눈에 띄지
네 귀에 딱지가 앉았어도 할 수 없다
그러게 너는 어쩌자고 연애도 못 하냐
눈이 없냐 코가 째보냐
막둥이 시집보내느니
차라리 내가 가는 게 쉽겠다만
그래, 잘 보고 잘 다녀오너라
하이고 내 팔자야
이 엄마의 잔소리는 번번이 결혼문제로 귀결됐으리. 행실 단정한 딸이 자랑거리에서 골칫거리로 바뀌었으리. 퇴근하자마자 곧장 또박또박 귀가하는 따님이 이제 얄밉기까지 하다시던 선배시인 말씀이 생각난다. 결혼이 그렇게나 좋은 건가요? 나이 찬 ‘애’들이 시집 장가를 안 가고 있어 고민하는 노모가 많은 시절이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