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집을 떠나 오페라 리허설이 한창인 휴스턴에 머물고 있다는 작곡가 김지영 씨. 그의 뒤에 놓인 무대 세트는 이 오페라에서 중심이 되는 미역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제공
HGO는 2008년부터 ‘송 오브 휴스턴’ 프로젝트를 통해 해마다 새 오페라 2편을 위촉 초연하고 있다. 김 씨의 오페라는 11월 3∼9일 휴스턴에서 5회 공연된다. HGO 측은 “그동안 정치, 전쟁 같은 주제를 주로 다뤘는데 이번에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고 싶다”며 작품을 주문했다.
“대본을 주면 맞춰 작곡하는 줄 알았는데 저희 집안의 미역국 이야기를 접한 HGO 측에서 ‘이 흥미로운 소재로 오페라를 만들어보자’면서 극작가를 보냈어요. 미국인 극작가에게도 미역국을 알려주려 한국 미역을 선물했지요.”
오페라는 아기를 출산한 ‘수연’을 위해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미역국 끓이는 법을 일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수연은 미국인 시어머니가 가져온 음식이 더 입에 맞는다. “어릴 때부터 미역국이 싫었다”는 딸의 말을 병실 밖에서 들은 어머니는 미역을 먹은 고래의 피가 맑아지고 새살이 돋았다는 전설을 노래한다.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황망해하는 수연은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미역국을 만든다. 그리고 딸아이의 생일에 고래 이야기를 들려주고, 엄마를 찾아가겠다고 생각한다.
오페라 반주를 맡은 실내악단에는 가야금을 더했다. 메조소프라노 김효나(할머니), 시게마쓰 미카(엄마), 소프라노 박하나(수연), 바리톤 리 그레고리(수연의 남편)가 출연한다. 샌드라 버나드 HGO 디렉터는 “여러 전통이 어우러지는 환경에서 껴안을 것과 떠나보낼 것을 탐구한 오페라”라고 평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