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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美우울한 전망 들춰보면 희망의 불씨

입력 | 2012-10-22 03:00:00

대선-재정절벽 등 이슈 앞둔 美 증시 어디로




《 글로벌 시장의 연관성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시장 변화가 즉시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해외를 들여다보지 않고는 국내도 이해할 수 없게 됐습니다. 본보는 독자들의 글로벌 눈높이를 높이도록 ‘글로벌 마켓 뷰’를 신설해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합니다. 이 코너에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남미 등 해외 시장의 생생한 움직임을 증권사 해외 주재원의 현지 시각으로 전달합니다. 》

김준한 삼성증권 뉴욕법인장

미국 주식시장은 어떤 방향성을 보일 것인가? 대통령 선거, 재정절벽(Fiscal Cliff·정부의 재정지출 감소로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 등 굵직한 이슈를 앞둔 미국 증시의 앞날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필자가 비록 이코노미스트는 아니지만 월가의 기관투자가들과 다양한 모임을 하면서 미국 금융시장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미국 증시가 올해 말까지는 그리 밝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유럽이나 아시아 등 다른 시장에 비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각 업체의 실적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0월 들어 알루미늄 제품 전문제조업체인 알코아부터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 금융권으로 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시현하고는 있지만 현지 글로벌 증권사들의 견해(10월 9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참조)나 글로벌 펀드 운용자들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S&P500에 포함된 기업들의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대부분 낙관적이지 않은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실적 감소’라는 전망치는 2009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우울하다. 실제 발표되는 결과가 대부분 예상보다는 좋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기업들이 제시하는 전망치 대부분이 낮게 제시되고 있다는 것은 기업실적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본격적인 유로존 경제위기의 여파가 시작된 올해 초 이후, 기업들이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이제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강해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좌절에 빠져있기만 할 필요는 없다. 9월 소매판매가 15일 발표됐는데 이 수치를 보면 전월 대비 1.1% 증가하는 등 4분기부터 거시경제 지표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시장 흐름상 4분기에는 실적이 유독(?) 호전되었던 사례도 고려해 봐야 한다. 그래서 이곳 현지의 기관투자가들은 오히려 4분기 주식시장의 상승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글로벌 물류 동향, 즉 경기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페덱스(Fedex)의 실적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게 좋을 듯싶다.

재정절벽 이슈에 대한 전망도 나쁘지만은 않다. 현지 기관투자가들의 개인적 견해를 들어보면 대부분 정부와 의회가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해 해결책을 도출하지 않겠느냐는 다소 긍정적인 관점이 지배적이다. 타협안에는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경기부양책을 연장하는 방법도 포함된다.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는 재정절벽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미국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의 대선 역시 관심거리다.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려는 공화당 밋 롬니 후보, 부자 증세로 재정수입을 확대하려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승부가 미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은 항상 불확실성과 확실성이 공존하고 있다. 여러 변수를 어떤 식으로 분석하느냐, 투자자들이 분석 결과에 따라 행동으로 옮기느냐가 마느냐가 시장 예측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최근의 미국시장을 보면 합리적으로 분석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막상 행동을 결정하기에는 시장에 대한 확고한 관점, 논리가 우선적으로 정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 주식시장 예측이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김준한 삼성증권 뉴욕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