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칙 앞세운 승부수 띄워
“질문하시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또 “김 씨가 헌납한 부산일보와 문화방송의 규모는 현재와 비교하기 힘들다”며 “부산일보는 당시 자본이 980배나 잠식돼 자력으로 회생하기 어려운 부실기업이었고, MBC 역시 라디오방송만 하던 작은 규모였다. 오히려 너무 견실히 성장해 규모가 커지자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그동안 장학회가 (지분을 100% 소유한) 부산일보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장학회가 (부산일보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하니 안 된다고 주장해 뭐가 제대로 된 주장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받아쳤다.
○ 여야 간 혈투 본격 개시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명칭 변경을 이사진에 제의했다. 최필립 이사장의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는 “이사진이 국민 의혹이 없도록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는 게 지금의 입장”이라며 직접 언급을 피한 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장학회 지분 매각이나 사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원칙과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야당 공세에 떠밀리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후보가 직접 대야 공세에 맞서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각종 현안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새누리당은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박 후보의 기자회견은) 국민의 상식과 사법부의 판단에 반하는 내용”이라며 “김 씨가 주식을 강박에 의해 넘겼다는 점을 사법부는 적시했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중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논평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과 진보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심상정 의원 등 야당 의원 23명은 이날 “정수장학회가 8월 장학증서 및 장학금 지급을 통해 박 후보를 선전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당국이 즉각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공익 목적 재단이 선거일 4년 전에 설립해 목적에 따라 정기적으로 금품을 지급하는 행위는 위법한 기부행위가 아니다”며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위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