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경제부 기자
22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시범아파트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짙은 피로감이 배어 있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업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도무지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 주주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탓이다. 19일 드림허브 이사회를 열기로 했지만 삼성물산 등 4개 출자사 이사가 참석하지 않아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양쪽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시간만 흐르자 드림허브의 자금 여력은 계속 줄어들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된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하소연할 곳 없는 처지에 몰려 있다. 1조 원이던 드림허브 자본금은 현재 300억 원으로 줄어들었고 12월에 내야 할 금융이자와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못하면 부도가 날 개연성마저 있다. 5년 넘게 재산권 행사를 못하는 주민들은 보상을 더 늦추면 남은 수단은 소송밖에 없다며 애만 끓이고 있다.
만에 하나 용산 개발사업이 좌초한다면 후폭풍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출자사들은 1조 원의 자본금은 물론이고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조달한 1500억 원을 날리게 된다. 벼랑 끝에 몰린 주민들을 지켜보는 부동산시장은 더 얼어붙게 될 것이 뻔하다.
이러한 파국을 막기 위한 방법은 ‘대화’뿐이다. 19일 이사회에 삼성물산 삼성SDS KB자산운용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등 4개사 이사가 불참한 이유도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멈추고 해법을 찾으라는 ‘촉구’였다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1, 2대 주주가 사업을 아예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한시라도 빨리 서로 조금씩 양보해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