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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글로벌 국제기구의 도시

입력 | 2012-10-23 03:00:00


영세중립국 스위스의 제네바에는 19세기부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같은 최초의 정부간 기구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레만 호에서 흘러나가는 론 강을 중심으로 우안에 주로 국제기구가 밀집해 있다.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의 본부가 있던 ‘팔레 데 나시옹’에 유엔의 유럽본부가 들어서 있고, 사방으로 약 500m 거리에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있다. 자동차로 약 5분 거리에 세계보건기구(WHO), ICRC, ITU 등이 있다. 영어가 공용어처럼 통용되고 일상생활에서부터 문화 간 교류가 활발해 외교관들이 선호하는 근무지다.

▷유럽의 수도라고 불리는 벨기에 브뤼셀에는 유럽연합(EU) 본부, 유럽이사회, 유럽의회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EU 구역이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도 브뤼셀에 있다.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초고속 열차도 런던∼프랑스 파리만이 아니라 런던∼브뤼셀, 브뤼셀∼파리, 파리∼런던을 삼각으로 달린다. 관광객들은 여전히 그랑 팔라스를 중심으로 하는 구(舊)시가지를 주로 찾는다. 그러나 브뤼셀은 현대식 EU 구역이 없었다면 안락하지만 정체된 도시라는 느낌을 줬을 것이다.

▷만약 우주로 가는 열차의 지구 정거장을 설치한다면 그곳은 미국 뉴욕이나 파리 혹은 런던이 돼야 할 것이다. 뉴욕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고의 도시로 부상한 것은 유엔과 그 산하기구들이 줄줄이 그곳에 자리 잡은 것과 관련이 있다. 파리에도 유네스코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누구나 들으면 단번에 알 수 있는 큰 국제기구들이 있다. 런던에도 국제해사기구(IMO) 등이 있다. 반면 독일의 베를린이나 본에는 딱히 들 만한 것이 없다.

▷우리나라가 인천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했다. GCF는 사무국 직원만 500여명으로 아시아 국가가 유치한 최대 규모의 글로벌 국제기구다.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본부의 직원 수가 2000여 명이지만 ADB는 아시아 지역 기구다. 스위스나 벨기에는 유럽에서 프랑스와 독일에 낀 소국이다.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국제기구 유치에는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어 국제적 활력에서는 가장 앞서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