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문학야구장에는 팬들의 가슴을 울리게 만드는 테마송이 흐른다. 특히 ‘시간이 지나도’라는 노랫말에는 얼마 남지 않은 그의 현역 생활에 대한 아쉬움과 한결같은 응원의 마음이 짙게 배어 있다. 노래의 주인공은 1996년 프로 데뷔 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등 숱한 국제대회를 누빈 ‘국민 유격수’ 박진만(36·사진)이다.
박진만의 기량은 전성기를 지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133경기 중 57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타율도 통산 타율(0.262)에 못 미치는 0.210에 그쳤다.
박진만은 플레이오프에서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의 활약 유무는 곧바로 승패와 연결됐다. 1차전과 4차전에선 박진만의 다이빙캐치가 SK 승리의 교두보가 됐다. 반면 2차전에선 7회부터 박진만 대신 유격수로 나선 최윤석이 실책성 플레이를 연발해 역전패했다. 3차전에선 박진만의 평범한 실수가 승부처가 됐다.
박진만은 2승 2패로 맞선 22일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많아 피부 트러블이 났다”며 긴장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힘은 결정적인 순간에 빛났다. 그는 3-3으로 맞선 5회초 롯데 전준우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 1루로 뿌려 아웃시켰다. 타격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호수비 후 5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박진만은 안타를 치고 출루해 박재상의 3루타 때 결승 득점을 올렸다. 7회에도 출루해 쐐기 득점까지 기록했다.
2루수 박준서와 포수 강민호가 어이없는 실책을 연발하며 무너진 롯데에는 박진만의 경험이 몹시 부러운 하루였다.
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