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2일 월요일 비. 기타로 그린 기린 그림. 트랙 #30 Chet Atkins ‘Sails’(1987년)
2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 걸린 이병우 기타 콘서트 포스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밴드에 들어갔다. 첫 합주곡은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무시무시한 연속 벤딩(줄을 지판과 수직으로 밀거나 당겨 음정을 높이는 기술)이 등장하는 기타 솔로 연습을 독려해준 이는 기타 잘 치는 선배 B 형이었다.
둘의 싸움이 시작된 건 다른 형들이 나라 지키러 먼저 떠난 뒤였다. 스승 B 형과 난 매일같이 티격태격했다. B는 포크와 블루스 마니아였고, 나는 록과 메탈만 좋아했으니까. 각자가 골라온 곡에 서로가 불퉁댔다. 둘의 사이좋은 하모니는 에릭 클랩턴의 ‘사인’(1992)이나 익스트림의 ‘홀 하티드’(1990) 같은 다이내믹한 통기타 연주곡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는 신기한 기타 두 대로 공연을 끌고 갔다. 울림통 없이 막대 모양으로 길쭉한 ‘기타 바’와 몸통만 뒤집으면 ‘변검’처럼 통기타와 클래식기타를 오가는 ‘듀얼 기타’였다. ‘장화, 홍련’ 삽입곡 ‘돌이킬 수 없는 걸음’, 파이프오르간과 함께한 ‘아란후에스 협주곡’, 기타 바와 이펙터를 사용한 신곡 ‘북극 여행’ 등의 연주는 신비로웠다.
‘눈길을 걸어간다. 꿈꾸던 세상에 다가간다. …어긋난 길은 없어. 잘못된 길도 없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