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올드리치의 ‘카르멘’ ★★★☆
국립오페라단의 ‘카르멘’에서 최고의 성악적 경험을 선사한 케이트 올드리치(카르멘·오른쪽)와 장피에르 퓌를랑(돈 호세). 국립오페라단 제공
퓌를랑은 프랑스 테너의 바람직한 전형을 보여주었다. 약음으로 부르는 프랑스어 뉘앙스가 일품이었고 필요한 장면에서는 힘도 충분히 실었다. 돈 호세의 분노와 좌절을 표현하는 연기도 과장스러움을 배제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김선정(카르멘)과 정호윤(돈 호세)의 국내 주역 팀도 좋았으나 이 오페라 본연의 뉘앙스라는 측면에서는 수준차가 있었다. 벤자맹 피오니에의 지휘도 빼어났다. 과도하지 않게 템포와 강약을 조율하여 집시와 투우사가 어우러진 스페인의 열정과 프랑스의 고아한 음악을 잘 조화시켰다. 최근 합주력이 향상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역량도 충분히 이끌어냈다.
문제는 무대와 연출이었다. 프랑스 연출가 폴 에밀 푸르니는 연출가 노트에 ‘근본으로 돌아가다’라고 적었다. 오페라의 원작인 메리메의 소설은 복잡한 구성이지만 오페라에 인용된 부분은 화자가 감옥에 갇힌 돈 호세로부터 카르멘을 죽인 자초지종을 듣는 형식이다. 3막 2장의 투우장 외부에 쇠창살이 설치되어 카르멘을 죽인 돈 호세가 그 안에서 울부짖으며 끝맺는 것은 원작의 효과를 살린 것이었다. 세비야의 광장을 묘사하던 원형무대가 회전하여 그 어두운 이면이 2막의 술집으로 바뀌는 것도 1막에서 카르멘의 노래 ‘세기디야’에 묘사된 술집 위치와 부합한다.
유형종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