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 연출 발레 ‘홍등’ ★★★☆
중국 발레의 수준을 과시한 발레 ‘홍등’. 연출은 경이로웠지만 ‘여백의 미’가 없는 안무는 아쉬웠다. 국립극장 제공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동명 영화를 발레로 옮겨 장 감독이 직접 연출한 이 작품은 2001년 베이징에서 초연한 이후 유럽과 미국, 호주, 남미 등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한 중국 발레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영화 ‘붉은 수수밭’ ‘홍등’ ‘영웅’ 등의 연출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으로 대규모 연출 능력도 과시한 장 감독의 연출력은 과연 탁월했다. 특히 빛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보여주는 화려한 색감과 경극을 삽입한 극 전개가 돋보였다.
봉건 영주의 첩으로 들어간 주인공이 사랑하는 경극 배우와 밀애를 나누다 들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은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원작에선 주인공의 애인이 주치의이고, 마지막에 주치의가 처형당하고 주인공이 실성하지만 발레에선 애인이 경극 배우이며 마지막엔 두 사람의 관계를 밀고한 둘째 부인까지 셋 모두 처형당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1막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결과 2막은 실망과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1막에서 볼거리를 최대화하고 2막은 무채색의 담백함으로 차별화를 꾀했지만 1막을 보고 한껏 부푼 관객의 기대감을 산산 조각냈을 뿐이었다. 특히 상징과 은유를 사용해 관객이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추구한 대신 너무 ‘친절하고’ 분위기를 부각시키는 안무가 반복되면서 관람의 묘미는 반감됐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