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서 줄기세포 채취… 연골 재생해 관절염 치료한다
대구에 사는 심정은(가명·63)씨는 지난해 산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 봤더니 오른쪽 무릎 연골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손상된 연골 주변을 다듬는 ‘연골성형술’을 권했다.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수술이 두렵기도 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꼭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 끝에 심 씨는 수술을 포기했다. 1년이 흘렀다.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은 견디기 힘들 지경이 됐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다 심 씨는 연세사랑병원에서 줄기세포로 연골을 재생시키는 시술을 받았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시술 5개월이 지난 후 MRI 촬영을 해 보니 손상돼서 움푹 파였던 연골이 재생돼 차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퇴행성관절염 치료 연구, 국제학술지 게재
이 학술지에 논문을 실은 의료진은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이다. 이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관절전문병원이다. 연구팀은 병원을 찾은 퇴행성관절염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한 뒤 그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했다.
우선 관절내시경으로 손상된 연골 부위를 다듬었다. 이어 무릎이나 엉덩이 등에서 지방을 채취했다. 3, 4시간에 걸쳐 이 지방을 분리하는 작업을 벌여 중간엽 줄기세포를 얻었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인체의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단계의 줄기세포를 말한다. 중간엽 줄기세포를 관절염이 있는 무릎에 주사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인 것.
최윤진 연세사랑병원 과장은 “지방을 구성하는 전체 세포 수의 20∼25%는 연골로 분화할 수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로 이뤄져 있어 많은 양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치료법을 활용하면 고령의 퇴행성관절염 환자도 큰 불편 없이 시술을 받을 수 있다.
○ 오랜 시간 연골재생 연구
연세사랑병원 제공
이 병원 연구팀은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25명을 손상된 연골 부위를 다듬는 ‘변연절제술’을 받고 혈소판풍부혈장(PRP) 주사 치료만 받은 25명과 비교했다. 수술 후 결과는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그룹이 월등히 높았다는 게 병원 측 설명.
이 병원의 고용곤 원장은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는 무릎 관절 내의 지방체에서 유래한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걸 입증하는 결과”라며 “가까운 미래에 줄기세포 치료가 고령의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인공관절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2004년부터 연골재생을 전담하는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매진한 성과다. 이 병원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 재생과 치료에 대한 공동연구를 위해 이탈리아 볼로냐대 리졸리 연구센터, 일본 히로시마대 정형외과 등에 있는 연구진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꾸준히 연골재생 연구에 힘써왔다. 고 원장은 “평균기대수명이 날로 높아지는 만큼 관절질환을 조기에 치료하는 한편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