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잠적에 따른 3개월간 공권력 낭비…책임묻지 않고 귀가조치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전 회장(58)의 실종사건이 '자작극'으로 드러난 가운데, 경찰이 양 씨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귀가조치 시켜 비난이 일고 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22일 오후 5시 25분께 시민의 제보를 받고 부산 대연동의 한 커피숍에 있던 양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양 씨를 상대로 그동안의 행적 등을 조사한 뒤 납치·감금된 사실이 없고, 실종신고 대상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오후 9시께 바로 귀가조치 시켰다.
삼부파이낸스의 남은 자산을 관리하는 정산법인 대표는 하모 씨(63)로 지난해 11월 이 법인에 대한 부산지검의 수사 당시 잠적했던 인물이다. 양 씨는 그동안 삼부파이낸스 은닉재산을 되찾기 위해 하 씨를 찾아 다녔다.
양 씨는 실종 직전 집을 나설 때도 "하 씨를 만나기 위해 속초로 간다"는 말을 남겼고, 가족들도 실종 신고 당시 "하 씨를 만나러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양 씨가 하 씨를 찾기 위해 고의로 잠적한 것이 분명한데도 경찰은 형사입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실종신고는 사실로 보여 지고, 이후 일부러 잠적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없어 형사입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에는 그의 행적을 찾기 위해 수많은 CCTV 등을 검색했고, 제보전화가 있을 때마다 사실 확인에 들어가는 등 인력이 낭비됐다.
더구나 양 씨가 하 씨의 검거를 위해 고의 잠적해 경찰력을 사적인 것에 사용했다. 그러나 경찰은 공권력 낭비에 따른 공무집행방해죄 적용은 물론 경범죄 처벌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양 씨에 대해 경범죄 처벌 등 어떤 형태로든지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경찰력을 사사로이 이용하는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며 "경찰은 실종신고 진위부터 다시 밝히고, 고의잠적에 대한 공권력 낭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너무 안이하게 처리한 것 같다"며 "3개월 동안 경찰을 갖고 돈 인물을 그냥 귀가 조치한 것은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