駙:곁말 부 馬:말 마
동진(東晉)의 간보(干寶)가 편찬한 설화집 ‘수신기(搜神記)’ 권16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전국시대 농서((농,롱)西) 땅에 신도탁(辛道度)이라는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학문이 뛰어난 스승을 찾아 옹주(雍州)로 향했는데 불과 4, 5리를 앞두고 날이 저물어 갈 수가 없었다. 하룻밤 묵을 곳을 찾다가 큰 기와집을 발견하고 다가가 문을 두드리고는 묵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으로 안내된 그에게 주인 여자의 말은 이랬다.
“저는 진(秦)나라 민왕(閔王)의 딸로서 조(曹)나라로 시집갔다가 남편과 사별한 지 23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당신이 찾아 주셨으니 저와 부부의 연을 맺어 사흘만 머무십시오.”
“당신은 산 사람이고 저는 귀신입니다. 함께 더 있고 싶지만 사흘 밤 이상 머무르면 재앙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고는 금베개를 하나 주고는 작별 인사를 하였다. 신도탁은 대문을 나선 다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큰 기와집은 온데간데없고 무덤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신도탁은 놀라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한참 내달리다 멈춰 서서 가슴을 보니 자신이 품에 금베개가 여전히 있는 것 아닌가.
진나라에 도착한 신도탁이 팔려고 내놓은 금베개를 마침 시장을 지나던 진나라 왕비가 발견하고는 갖게 된 경위를 추궁하였다. 신도탁은 그간의 정황을 빠짐없이 말했지만 왕비는 믿지 못해 공주의 무덤을 파 보도록 했다. 무덤을 파고 관을 열어 보니 다른 부장품은 다 있는데 금베개만 없어졌고, 시신을 조사해 보니 부부의 정을 나눈 흔적이 완연했다. 그러자 왕비는 이렇게 말했다. “내 딸이 죽은 지 23년이 되었으나 산 사람과 정을 통했으니 이 자야말로 진정한 사위로구나”라고 하고는 부마도위로 임명하고 많은 보물을 주었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