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김형영 (1944∼ )
모기들은 날면서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온몸으로 소리를 친다
여름밤 내내
저기,
위험한 짐승들 사이에서
모기들은 끝없이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살기 위해 소리를 친다
어둠을 헤매며
더러는 맞아 죽고
더러는 피하면서
모기들은 죽으면서도 소리를 친다
죽음은 곧 사는 길인 듯이
모기들,
모기들,
모기들,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모기들은 모기 소리로 소리를 친다
영원히 같은
모기 소리로……꿀벌, 나비, 잠자리, 무당벌레, 방아깨비……. 아름다운 날벌레가 많다. 인간에겐 옷이 날개, 이들에겐 날개가 옷. 사실 모기도 그리 외모가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되는데, 유독 우리 미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순간에도 지구별의 수많은 방에서 인간과 대등하게 지력과 운동신경과 체력을 겨루고 있을 모기들. 에이, 그냥 물리고 말자. 항복하고 누운 사람을 기어이 다시 일으키는 건 모기 소리다. 아니, 살그머니 한 모금 빨고 갈 것이지 모기는 왜 그리 소리를 치는 걸까? 페어플레이 정신인가? 기어들어가는 듯 작은 목소리를 ‘모기 소리 같다’고 하지만, 깊은 밤 모기 소리는 귓전에 사이렌 소리처럼 울린다. 그리하여 ‘위험한 짐승’이 된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만들었다. 사람의 삶을 모기의 삶에 빗댄 재밌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시.
모기에게 우리 인간은 ‘위험한 짐승들’이다. 그처럼, 돈 많고 권세 있는 사람들이 ‘위험한 짐승들’이 되면 아무리 악을 써도 모기 같은 인생살이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모기들,/모기들,/모기들,’이라고 되뇌면서 시인은, 사람은 모기가 아니라고, 모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소리친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