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은 기계장비의 성능 명세서를 뜻하는 영어단어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취업에 필요한 자격 조건을 의미한다. 대학생들은 토익점수, 해외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 경험을 흔히 ‘스펙 5종 세트’라고 부르며 대학 학점과 함께 취업난을 돌파하는 만능열쇠쯤으로 여긴다. 한 취업 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합격자의 평균 토익점수는 852점, 학점은 3.7점, 어학연수 1회, 자격증 1.8개, 인턴 경험 1.1회, 봉사활동 0.9회, 각종 수상 1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A 교수는 대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어떤 스펙을 중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준비했다. 예를 들어 출신 학교와 성별이 같은 조건일 때 토익점수가 서류전형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로 검증해 보겠다는 것이다. 스펙 차별이 그만큼 기업 현장에 널리 퍼져 있다는 얘기다. 대선후보들도 “스펙 초월 청년취업센터를 설립하겠다”(박근혜), “스펙 없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문재인), “스펙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안철수)며 비판에 가세하고 있으나 명확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