綠: 푸를 록 葉: 잎 엽 成: 이룰 성 陰: 그늘 음
두목이 호주(湖州)를 유람하던 때의 일이다. 어떤 여인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여인은 당시 열 살 남짓한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가고 있었다. 그 딸은 두목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빼어난 얼굴이었다. 호탕한 성격의 두목은 자신도 모르게 그 딸에게 마음이 끌려 여인에게 말했다.
“십 년 뒤 이 아이를 제 아내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만일 십 년이 지나도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내십시오.”
“그로부터 봄을 찾았으나 좀 늦게 갔기에/꽃다운 날 원망하여 슬퍼할 수도 없구나/거센 바람이 진홍색 꽃을 다 떨어뜨리고/푸른 잎이 그늘을 만들어 열매만 가득하네(自是尋春去較遲, 不須추창怨芳時, 狂風落盡深紅色, 綠葉成陰子滿枝.)”
이 칠언절구는 제목이 없었다. 그 당시 사람들이 ‘창시(愴詩)’, 즉 슬픈 시라는 이름으로 제목을 달았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그 아리따운 여인은 이미 없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훗날 이 시는 제목이 ‘탄화(嘆花)’로 바뀌었다고도 전해온다. 바뀌지 않은 것은 그녀를 향한 두목의 순수한 마음뿐이었을까.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