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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지구촌 새권력]오바마 “롬니 못믿어” 외치자… 청중들 “4년 더”

입력 | 2012-10-25 03:00:00

최대 승부처 오하이오 유세 르포
인종-계층 인구분포 중립… 오하이오서 지고도 당선 역대 대통령 중 단 2명뿐
오바마 토론뒤 급히 날아와 바이든까지 첫 가세 총력전… 롬니도 이틀 뒤 유세 예정




2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유세가 열린 오하이오 주 데이턴 시의 유세현장에서 본보 최영해 특파원(오른쪽)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과 만났다.

23일 오후 3시(현지 시간) ‘미국 대선의 가늠자’로 불리는 오하이오 주의 데이턴 시. 시내에 위치한 민주당 캠프 사무실 앞에는 “오늘 행사(오후 5시 50분에 시작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유세) 티켓은 모두 동났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유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조금 전에 반환된 표가 한 장 있다”며 기자에게 한 장을 건넸다. 티켓은 예약 순서에 따라 선착순으로 무료 배포한다.

이곳에서 10분가량 떨어진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선거캠프 사무실도 자원봉사자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4월부터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캐롤라인 씨는 “오바마 대통령은 GM을 살렸다고 하지만 근로자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오바마는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23일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여론조사 결과, 오하이오 주에서 오바마와 롬니는 지지율 47.9% 대 46.0%로 오차범위 안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4년 전엔 오바마가 승리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00년 이후 선출된 미국 대통령 26명 가운데 오하이오 주에서 지고도 당선된 사람은 프랭클린 루스벨트(1944년)와 존 F 케네디 대통령(1960년)뿐이다. 공화당의 경우 1860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이후 단 한 명도 없었다. 한마디로 오하이오 주에서 패한다면 전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오하이오는 인종별 계층별 인구 분포가 가장 중립적인 것도 선거의 향방을 알 수 있게 하는 요소다.

데이턴 시내와 인접한 트라이앵글파크엔 오바마의 유세를 보기 위해 수많은 군중이 운집했다. 오바마는 전날 3차 TV 토론회를 마치고 플로리다 주에서 이날 오전 유세를 한 뒤 이곳으로 날아왔다.

공원을 빼곡하게 메운 지지자들은 오바마의 재선 구호인 ‘전진(Forward)’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곳곳에서 오바마를 연호했다. 연단 왼쪽엔 ‘빨리 투표하세요’라는 흰색 글자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2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유세가 열린 오하이오 주 데이턴 시의 유세현장에서 본보 최영해 특파원(오른쪽)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과 만났다.

오바마는 먼저 오하이오를 돌고 있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연단에 올랐다. 9월 초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두 사람이 함께 유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까만 선글라스를 낀 바이든은 “오바마는 미국을 이끄는 최고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세계를 주도하는 진정한 지도자”라며 “어제 토론에서 롬니와 확실히 대조됐다”고 말했다. 또 “롬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문제에 대한 생각이 오바마와 같아졌다”고 꼬집었다.

흰색 와이셔츠에 짙은 청색 넥타이를 맨 오바마는 강행군 탓에 목소리가 쉰 상태였다. 하지만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했다. 롬니의 말 바꾸기를 직설적으로 공격하면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어제 롬니는 오사마 빈라덴 사살이 잘한 일이라고 했지만 2007년엔 ‘한 사람을 잡기 위해 지구와 하늘을 들썩이도록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며 롬니의 말 바꾸기를 꼬집었다. 또 “롬니는 미국 자동차를 좋아한다고 말해놓고 2007년엔 디트로이트를 파산시켜야 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오바마 케어’가 ‘롬니지아(Romnesia·롬니와 건망증을 뜻하는 앰니지아의 합성어)’ 질병을 고쳐줄 것”이라고 비꼬았다.

오바마는 ‘새 경제 애국주의-일자리 보호와 중산층 보호’라는 제목의 20쪽짜리 집권 2기 구상을 공개했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청중은 “4년 더! 4년 더!”라는 구호로 화답했다. 유세장에서 만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3차 토론의 효과가 어떨 것 같으냐. 오바마 대통령이 이길 것 같으냐”란 질문에 “선거에 관한 사안은 내가 답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 민주당 전략가가 와 있으니 물어보는 게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유세장에서 만난 교통운송노조 부위원장 밥 베이커 씨(64)는 롬니를 겨냥해 “대통령이 상위 1%를 위해 나라를 통치하는 상황은 절대 안 된다”며 “47%의 미국인을 모두 정부에 기대 얹혀사는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후보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롬니는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와 함께 이틀 뒤인 25일 오하이오에서 유세를 한다.

유권자들이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경합 주는 양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난달 초 11개였지만 23일 현재 6개(내셔널저널 조사 결과)로 줄었다. 콜로라도 아이오와 위스콘신 오하이오 플로리다 뉴햄프셔 등 6개 주는 대선 직전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최종 경합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6개 주를 뺀 지역에서 오바마와 롬니는 각각 243명과 21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3차 TV 토론이 끝난 직후인 23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가 롬니를 1%포인트 차로 앞선 반면에 워싱턴포스트-ABC 조사에서는 롬니가 오바마를 1%포인트 차로 앞서는 등 엎치락뒤치락 판세가 계속되고 있다.

데이턴(오하이오주)=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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