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만 분칠하는 시대 지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 디자인
분장디자이너 이동민 씨가 ‘나의처용은밤이면양들을사러마켓에간다’의 주인공 오가리 역을 맡은 이남희 씨를 분장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내 연극계 최고의 분장디자이너로 인정받는 이동민 씨(49)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지만 어릴 때 매료된 ‘분장의 마술’을 잊지 못해 대학 졸업 해인 1986년부터 분장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올해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 ‘헤다 가블러’, 양정웅 연출의 ‘십이야’, 김동현 연출의 연극 ‘그을린 사랑’이 그가 분장디자이너로 참여한 작품. 28일까지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극단의 신작 ‘나의처용은밤이면양들을사러마켓에간다’(최치언 작·이성열 연출)도 그가 참여했다.
이 씨가 분장에 뛰어들었을 때는 국내에서 분장이 ‘얼굴을 칠하는 일’ 정도로 인식됐고 배우들끼리 과장된 분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내엔 분장교육 기관도 없어 이 씨는 분장이 발달된 일본에 가서 가부키 분장과 특수분장을 공부했다. 1997년부터 분장회사를 차려 본격적인 분장디자이너로 발을 내디뎠다.
“이제는 분장디자이너가 배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자인합니다. 그래서 의상디자이너와 뗄 수 없는 관계지요. 어떤 조명을 받느냐에 따라 분장의 색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조명디자이너와도 자주 만납니다.”
그는 “극에서 어색함이 없는 분장이 가장 훌륭한 분장”이라고 말했다. 조명과 연출, 무대와 의상과 어우러져 극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분장이 가장 좋은 분장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배우가 가장 좋아하는 분장디자이너는? “분장시간에 (편안해서) 졸게 만드는 사람”이란 답이 돌아왔다.
분장 디자이너의 X파일 하나.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분장하기 좋을까 밋밋한 얼굴이 좋을까. 답은 밋밋한 얼굴이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 이 씨는 “얼굴이 큰 사람이 가장 좋다”며 웃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