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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보험사기의 달인

입력 | 2012-10-25 03:00:00

하루에 4번… 2년새 169차례 고의 교통사고
차 7대 쓰며… 2억 가로채




7월 19일 오전 3시경 서울 종로구 숭인동과 동대문구 신설동 도로에서 10분 간격으로 2건의 교통사고에 휘말린 무직자 이모 씨(44). 사고 신고를 위해 경찰서에 간 이 씨는 사고 한 건에서는 자신이 가해자로 판명나자 상대방에게 2만 원을 주고 합의했다.

하지만 다른 한 건의 가해자인 택시 운전사로부터는 25만 원을 받고서 합의했다. 짧은 간격으로 사고 2건을 일으킨 이 씨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사고 영상을 면밀히 다시 봤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이 씨의 갤로퍼 차량이 진로 변경 중인 택시를 발견하고 급가속해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경찰은 각 경찰서와 보험사에 이 씨 명의로 접수된 교통사고 기록을 조회했다.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심야시간대 서울 강남 일대에서 자가용 7대를 번갈아 이용하며 2년간 169회에 걸쳐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회사와 피해 운전자로부터 2억7000만 원을 가로챈 상습 보험 사기범이었던 것.

서울 혜화경찰서는 24일 이 씨를 상습사기 및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사고 기록에 민감한 회사택시 운전사와 음주 운전자 등을 표적 삼아 현장에서 합의금을 요구했다. 이 씨는 “보험처리 하면 보험금이 인상된다” “경찰에 신고해 면허를 취소시키겠다”며 상대를 협박해 돈을 뜯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지난해 보험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20여 건의 교통사고를 냈다”며 “많게는 하루에 4번까지 사고를 냈다”고 덧붙였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