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스타일 메카, 청담동 명품거리 변신의 현장리노베이션 바람… VIP공간 늘리고, 매장선 전시회-패션쇼
사진=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청담사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미국 뉴욕의 피프스 애비뉴나 파리의 아브뉘몽테뉴에 비견되는 한국의 명품거리다.
명품업계 관계자들은 이 길이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탄생과 더불어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한화그룹이 1985년 한양쇼핑에서 인수한 백화점을 1990년 이 이름으로 개명해 운영하고 있다. 수입 고가패션에 ‘명품(名品)’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렇게 토대를 다진 거리에 최초로 둥지를 튼 수입 유명 브랜드는 프라다였다. 이후 2000년 루이뷔통 등 주요 브랜드들이 매장 설립 대열에 동참하면서 이 거리 자체가 명품의 메카로 떠올랐다.
‘강남스타일’의 메카로 통하게 된 이 거리는 그러나 지금까진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이미지였다. 숨 쉴 틈 없이 분주한 명동, 와글와글한 신사동 가로수길에 비하면 특별한 사람들만 오는 ‘그들만의 요새’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각 브랜드들도 한류(韓流)와 강남스타일 열풍으로 패션 좀 안다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명품 거리를 찾는 트렌드에 맞춰 최근 매장 확대를 마쳤거나 리뉴얼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불황, 명품시장 성장 정체 등과 맞물려 다소 침체됐던 청담동에 ‘RE(다시)-청담동’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달 2일에는 ‘청담 빛의 거리’ 점등식 행사도 열린다. 명품거리 내 수입 브랜드를 중심으로 2010년 발족한 ‘청담 활성화 추진위원회’가 강남구청의 후원을 받아 준비한 야심 찬 프로젝트다.
독자들을 처음 찾아가는 동아일보 ‘A style’은 청담동 명품거리를 집중 분석한다. 각 핵심 브랜드 매장을 일일이 방문해 꼼꼼히 들여다봤다. 청담동 단독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와 제품, 각 매장 관계자들이 추천하는 이번 시즌 베스트 아이템을 조목조목 소개한다.
갤러리아백화점과 가장 가까운 명품거리 초입에 자리 잡은 ‘카르티에 메종 서울’은 최근 문턱을 낮추는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나치게 비싼 것만 팔 것 같아 단독 매장에 들어서기를 망설이는 고객들을 위해 1층의 가죽 제품 또는 보석 전시대에 조그맣게 가격표를 붙인 것이다. 문턱은 낮췄어도 서비스는 최고를 유지하고 있다. 이 매장에 발레파킹을 맡긴 뒤 다시 차를 찾으면 운전대 부분에서 금색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방문 감사 메시지카드에 꽂힌 흰색 꽃 한 송이. 진정한 명품은 디테일로 완성된다.
예물의 종류는 물론이고 결혼 준비 스케줄 등에 대해서도 조언받을 수 있는 브라이덜 클래스, 0.7캐럿 이상의 예물을 사면 무료로 증정하는 예물함 형식의 레드박스,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애프터서비스 공간은 모두 이 메종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시계로 유명한 브랜드의 DNA를 살려 ‘금지된 시간, 2시’ 등 시간을 모티프로 한 하우스 향수를 만날 수 있는 매장도 이곳뿐이다.
■A style's Choice
러브 브레이슬릿 핑크 골드=나사가 박힌 듯한 디자인으로, 끈끈하게 이어져 끊을 수 없는 사랑과 인연을 의미한다. 나사로 조이고 푸는 잠금 장치처럼 ‘LOVE’의 ‘O’가 ‘Θ’로 처리된 디자인이 특별하다. 1175만 원.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2005년 문을 연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에 들어서니 한국적인 요소를 녹인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창호지를 바른 옛날 집 창살 무늬를 내부 벽면에 적용한 것이다. 청담 매장은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냐 스포츠 등 제냐가 소개하는 모든 브랜드와 라인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간이다.
맞춤 정장을 위한 공간인 2층에서 가장 독특한 요소는 숙련된 테일러가 고객의 몸에 맞게 옷을 맞추는 작업을 직접 볼 수 있게 한 테일러 룸이었다. 유리창으로 투명하게 처리한 이 작업 공간을 공개함으로써 고객과 더 잘 소통할 수 있게 한 점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A style's Choice
‘제로 웨이트’ 슈트=겨울 정장은 따뜻하긴 하지만 무겁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냐의 ‘제로 웨이트’ 패브릭은 일단 가볍다. 울을 최대한 얇게 뽑아내 슈트 무게를 최소화했다. 날렵한 실루엣 대신에 자연스럽고 편안한 어깨라인이 돋보인다. 334만 원.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5월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 페라가모 매장은 과거에 비해 매장 내 층고가 확 높아져 시원하게 탁 트인 느낌이다. 1층은 이 브랜드의 주력 아이템인 슈즈를 주로 배치해 편하게 신발을 신어볼 수 있게 꾸몄다. 스카프 등 실크 제품, 여성 핸드백도 같은 층에 배치했다.
2층에 들어서자마자 고객을 반기는 코너는 올 초 론칭한 파인 주얼리 섹션이다. 이 청담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브랜드의 DNA가 다양하게 녹아든 디자인이 독특했다. ‘푸투리스타(Futurista) 라인’은 페라가모 신발 안창의 로고를, 슈즈와 같은 이름의 ‘바라(Vara) 라인’은 리본을 모티브로 제작했다. 2층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의류, 여행 관련 제품을 판다. 버클 모양과 소재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맞춤 벨트 서비스는 현재 이 매장에서만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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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메차 스페셜 에디션 ‘나폴리’=한정판 컬렉션 제품. 정교한 실루엣을 만들 수 있는 장인(匠人)의 숙련된 손이 필요한 제품이다. 아틀리에 장인이 하루 10켤레씩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켤레당 공정만 320여 개. 만드는 데도 3주 이상 걸린다. 200만 원대.
플래그십 스토어는 1997년 7월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청담동 최초의 유명 수입 브랜드 매장으로 이 동네 터줏대감인 셈이다. 2004년 한 차례 리노베이션한 끝에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지난해 겨울부터 청담동 매장에서만 선보이는 커스텀 주얼리 라인은 대담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존재감이 남달랐다.
이번 시즌 프라다의 의류는 형이상학적인 도형 패턴으로 가득했다. 1990년대 복고 느낌도 나고, 반대로 가상 디지털 세계 느낌도 나는 묘한 디자인. ‘청담 매장 온리(only) 서비스’ 중 하나는 타조, 악어 등 고급 가죽으로 제작할 수 있는 메이드투오더 가방 맞춤 서비스다. 원단 샘플 북을 보고 가죽의 종류와 색상을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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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 패턴의 재킷=자카르 패턴은 1970년대 벽지를 연상시키는 재밌는 패턴이다. 1996년 컬렉션에서 선보인 패턴을 재해석했다. 큼지막한 볼 버튼과 깃 위에 달린 보석 장식이 프라다스럽다.
3월,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새로 문을 연 구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는 황홀한 금빛 공간이다. 약간 그을린 듯한 거울과 유리를 불규칙적으로 배열한 외관 인테리어는 시시각각 변하는 햇살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유기체처럼 다르게 연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구치의 아이코닉 백 중 하나인 ‘뉴 뱀부’ 백의 사이즈, 소재, 색상, 이니셜, 장식 색상 등을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스페셜 오더’ 서비스를 국내 구치 매장 가운데 유일하게 제공한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만을 위한 리미티드 에디션인 무궁화 컬렉션은 무궁화를 주 모티브로 한국의 민화적 요소를 넣은 가로세로 110cm의 실크 스카프다. 캔버스 소재의 조이 보스턴백, 발레리나 슈즈, 지갑 등 다양한 버전이 있다.
남성 관련 제품과 서비스도 크게 보강했다. 9월부터 마련된 ‘슈트 맞춤’ 코너를 통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남성 의류 맞춤 코너를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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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백=소호백은 스티칭을 통해 가죽에 GG 로고를 새긴 게 특징이다. 이번 시즌에는 크로스백의 일종인 디스코백과 체인 스타일을 추가로 선보였다. 디스코백(128만 원)은 간결한 크기로 편의성을 갖췄으며 끈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그레이스 켈리의 손녀이자 모나코 공주인 샤를로트 카시라기가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 들고 왔던 바로 그 백이다.
청담동 명품거리 조성 초창기로 분류되는 2000년에 글로벌 스토어를 연 루이뷔통은 곧 매장 규모를 확대하는 리뉴얼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파리 샹젤리제 매장 꼭대기의 문화 전시 공간, ‘에스파스’를 추가한 ‘메종’으로 격상할 예정이다.
이 매장 지하 1층에 있는 트래블 존에선 고객의 이름 이니셜과 스트라이프 패턴 등을 루이뷔통 가방에 새길 수 있는 ‘몽 모노그램’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다. 약 1년 전 론칭한 서비스로 루이뷔통 웹사이트를 통해 색깔, 스트라이프 굵기, 글씨체 등을 가상으로 적용해 본 뒤 프린트해 와도 되고, 현장에서 직원과 함께 시연하며 주문해도 된다.
전국 루이뷔통 매장 중 아이템의 종류가 가장 많은 곳답게 고가(高價) 또는 악어가죽으로 제작한 희귀 아이템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공수된 그 옛날 여행용 트렁크를 구경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이 매장 2층에는 자체 수선실이 있어 옷을 산 뒤 기다리지 않고 몸에 맞게 제작할 수 있다.
■A style's Choice
‘구사마 야요이’ 컬렉션의 네버풀 백=평생 도트 무늬를 탐구한 일본의 전위예술가 구사마 야요이와의 두 번째 합작품. 그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인 ‘펌프킨’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으며 루이뷔통의 시그너처백인 네버풀과 접목해 인기가 좋다. 170만 원대.
저지 울 니들 펀칭 드레스(왼쪽), 본 컬러 드레스
9월 공개된 에스카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느낌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커튼을 치면 외부와 단절되는 VIP 피팅 공간이 시선을 끄는 가운데 더 많은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화 마케팅을 접목할 예정이다.
에스카다가 자랑하는 우아한 드레스 라인은 이 청담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다. 또 유명 커피숍을 방문한 듯 멋지게 짠 메뉴판을 고객들에게 제공해 친구의 응접실에 초대받은 듯 편안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A style's Choice
저지 울 니들 펀칭 드레스=멀리서 보면 다른 색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원단이 상하로 연결돼 있다. 검정 저지 원단과 캐러멜베이지 색상의 울 원단을 독일 공방의 장인이 직접 손으로 이어 붙였다. 상이한 두 원단을 특수 바늘로 섬세하게 직조한 에스카다 고유의 ‘니들 펀칭’ 기술 덕분이다. 촘촘하게 이어붙인 독특한 직조 공법이 그 자체로 드레스를 돋보이게 만드는 디자인이 됐다. 198만 원.
ck캘빈클라인
국내 최초로 9월 문을 연 ck캘빈클라인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청이나 부채춤의 동선처럼 한국 전통의 곡선미를 적용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1층의 큰 벽면과 2층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쏟아지는 조명이 스타가 된 듯 우쭐한 느낌을 내게 한다.
브랜드 특유의 깔끔한 화이트 인테리어가 압도적인 이미지지만 당장이라도 움직일 듯한 마네킹이 어우러져 동적 에너지를 부여한다. 남성 여성 컬렉션은 물론이고 시계와 신발류, 아이웨어 등 함께 매치해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을 가장 많이 갖추고 있다.
■A style's Choice
본(bone) 컬러 드레스=순수 흰색이 아닌 오프 화이트(off white)를 뜻하는 본 컬러는 올해 캘빈클라인의 시즌 컬러다. 자칫 지루해 보일 수 있는 흰색 드레스에 주름 디테일을 가미해 세심함을 더했다. 매장 관계자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캘빈클라인만의 ‘미니멀리즘’을 잘 표현해준다”며 이 드레스를 추천했다. 어떤 외투와 입어도 잘 어울려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75만5000원.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