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검찰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달 17일에는 “대통령 친인척, 권력 실세 비리를 집중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만들자”는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주장에 대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직접 나서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습니다. 기존의 검찰을 믿을 수 없으니 특별 기구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진정한 검찰 개혁은 검찰 중립을 보장해 주는 대통령의 뜻과 이것을 운용하는 사람(검찰)의 문제이지 기구 신설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
▼ “별도 조직 있어야 권력형 부패 제대로 수사” ▼
정미화 변호사·경실련 경제 정의연구소 이사장
다만, 새누리당의 특검청 설치안은 특별검사업무를 수행할 상설청을 창설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특검청 업무는 검찰에 대한 감찰업무로 지정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검찰의 감찰기능을 담당하는 외부 기구가 간헐적으로 특검 업무를 겸임하는 데 그치게 된다. 인적 구성이나 업무 수행 면에서 현행 특검보다 나을 것이 없다.
이런 점에서 야권이 제안한 공수처 설치안은 부패 관련 범죄의 수사와 소추를 상시적 업무로 규정하여 특별기구의 면모를 구비했다고 본다. 대상 범죄의 범위를 적정하게 정하면 과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효율적인 권력 부패 감시 및 소추가 가능하다.
그럼 수사에 필요한 적정 인원은 얼마나 될까. 권력형 특정 부패 사범만 골라 1년에 20∼30건 정도의 소추를 담당하는 정도라면 영국의 SFO와 같이 30여 명의 변호사와 150명 정도의 수사관이 있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홍콩처럼 공무원 부패 전반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하려면 홍콩 ICAC가 1200명의 수사관과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총 8000명 정도의 조직이 예상된다.
특별기구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위원회 조직으로 하거나 국가청렴위원회를 독립위원회로 하면서 그 소속 기관으로 정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청과 병렬하는 법무부 소속의 청으로 하되 신분 보장이나 직제상 독립을 설립법에서 정하는 방안도 있다.
특별기구는 검찰청에 비해 작은 조직이고 관할 대상도 넓지 않으므로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혹은 검찰 등 경쟁 기관에 의한 감시가 가능하고 권력의 남용이나 편파적 수사가 쉽지 않으며 승진에 대한 동기가 희박하므로 정권의 의사에 순응하여 부패 사범 감시에 소홀할 개연성이 높지 않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특별기구가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대통령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남용될 우려는 없는지, 제도 신설보다는 사람이 문제라는 각종 회의론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제도 개선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될 문제이지 특별기구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어떤 이름이 될지 모르지만 공직자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기구의 설치는 검찰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현행의 검찰제도 갖고는 권력형 부패 사범에 대한 수사 및 소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검찰이 국가의 사법 업무 수행자에서 권력 집행 담당자로 전락하면 국가의 사법체계는 무너지게 된다.
검찰 관계자들이 성실하게 자신의 직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부패 사범 관련 직무를 별도의 독립된 전문기구에 넘기도록 하는 것이 검찰 조직뿐 아니라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이다. 차제에 검찰이 직접 수사를 담당하지 않고 본래의 업무인 소추에 진력하도록 수사권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검사장 선출 제도와 같은 사법자치제도도 함께 논의될 것을 기대한다.
정미화 변호사·경실련 경제 정의연구소 이사장
:: 필자 소개 ::
▼ “조직 신설보다 검찰 거듭나게 해야” ▼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그렇다면 공수처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 기관은 행정부 안에 생기기로 되어 있다. 내가 주장하는 게 아니다. 법안 내용이 그렇다. 국민권익위에 생기든, 법무부에 생기든, 대통령 직속으로 생기든 본질은 같다.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다. 공수처는 어떻게 만들어지든 대통령이 정점에 있는 행정기관이다. 어렵게 말할 필요 없다. 검찰과 똑같은 행정기관이 된다는 뜻이다. 목적만 고위 공직자 수사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수처가 말하는 고위 공직자란 엄밀히 말해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고위 공직자가 되어야 한다. 모든 국회의원, 모든 장관의 비리를 수사해야 한다. 여권 실세까지 성역 없이 수사해 친정권의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은 공수처장이 대통령에게 사사건건 대들면서 강단 있는 수사를 해 나갈 수 있을까. 기관의 장이 대통령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본인이나 자신의 친인척을 수사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또 대통령이 뽑은 장관을 처벌할 수 있겠는가. 집권당 국회의원을 잡아 가둘 수 있겠는가. 절대로 그렇게 못할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자기편은 빼 주고 남의 편만 잡아가는 기관이 될 개연성이 높다. 그럴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말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 (공수처를) 만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따져 보자는 말이다.
덧붙여 공직 비리는 기업 범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게 그동안 우리 사회의 경험칙이다. 흔히 부패 공무원은 기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단서가 잡힌다. 그런데 공수처는 기업 수사를 할 권한이 없다. 수사는 조사와는 차원이 다른 행위다. 과학적인 수사 기법을 동원해서 냉정하고 치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공수처는 기업 수사를 통한 증거 수집을 못 하기 때문에 ‘내부자 정보’와 ‘투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걸로 흠집은 낼 수 있어도 부패 범죄를 제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미행, 감시, 함정 수사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할 소지가 있다. 그런 방법으로 얻은 사생활 정보를 이용하기로 작정하면 공수처는 비정상적인 권력기구가 될 위험마저 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고급 정보’를 찾아내는 데 치중할 경우 수사기관이라기보다는 사찰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비리를 저지르는 고위 공직자들을 긴장시키는 효과 정도라도 낼 수 있으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장담할 수 없다. 현행 검찰제도에서는 어느 지청 검사에게서 소환장이 날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공수처가 생기면 달라진다. 고위 공직자 처지에서는 공수처만 조심하면 된다. 전속 관할이라는 게 그런 거다. 공수처만 문제 삼지 않으면 세상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이게 고위 공직자 처지에서 얼마나 유리하게 될지는 금세 이해가 될 것이다.
반대로 공수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특히 야당 쪽은 늘 노심초사해야 한다. 공수처가 수사권을 바탕으로 정적(政敵) 탄압에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말이다. 마땅한 견제 수단도 없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사정기관 위의 또 다른 사정기관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의 목표는 공수처가 아니라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잡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공법을 조언하고자 한다. 우선 헌법상 사정기관인 검찰을 바로 세워야 한다. 대선후보들은 대통령이 되면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 새로운 기구를 만들 일이 아니라 검찰이 그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또 검찰을 국민의 통제하에 두어 국민이 감시하게 해야 한다. 검찰시민위원회 법정화 등을 통해 검찰의 수사 착수부터 결정에 이르기까지 시민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검찰권이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에 공정하고 엄정하게 동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수처 신설이 아니라 검찰 개혁이 공약이 되어야 한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 필자 소개 ::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파리8대학(문학석사)과 미국 인디애나대 로스쿨(법학박사)을 졸업했다. 미국 뉴욕 주 변호사로 활동했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위원, 한국형사소송법학회 기획이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