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우승 4회, 시즌 MVP 2회, 미프로농구(NBA) 1위팀 9회(8년 연속), 올스타 선발 12회(11년 연속)… 팀 던컨(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이력이다.
던컨은 전문가들로부터 칼 말론, 찰스 바클리 등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꼽힌다. ‘파워포워드계의 마이클 조던’인 셈. 포지션별 역대 최고의 선수로는 흔히 매직 존슨, 조던, 래리 버드 등이 거론된다.
이를 가리켜 미국 스포츠방송 TNT의 데이비드 알드리지는 NBA 공식 홈페이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던컨 딜레마’라는 호칭을 붙였다. 이는 던컨에게 늘 따라붙어온 '사실상 센터'라는 꼬리표를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던컨은 센터임에도 불구하고 파워포워드라고 '자칭'함으로써 역대 최고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지적이다.
던컨이 파워포워드로 분류된 것은 그가 데뷔 당시 ‘제독’ 데이비드 로빈슨과 함께 ‘트윈 타워’로 뛰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던컨이 데뷔한 1997-98시즌부터 로빈슨이 은퇴한 2002-03시즌까지 함께 뛰었다. 이때도 던컨은 로빈슨과 사실상 센터-센터의 조합으로 뛰었지만 던컨은 ‘로빈슨이 센터이고 나는 파워포워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예는 과거 하킴 올라주원-랄프 샘슨의 트윈 타워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무려 223cm의 장신이었던 샘슨이 파워포워드를 맡고 208cm의 올라주원이 센터를 맡았다. 하지만 이들이 뛸 당시에는 샘슨의 센터 논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샘슨의 플레이스타일은 명백히 파워포워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로빈슨이 은퇴한 후 함께 뛰었던 던컨의 파트너로는 라쇼 네스트로비치, 나즈 모하메드, 파브리시오 오베르토, 티아고 스플리터 등이 있다. 이 중 2005-06시즌까지의 인사이드 파트너인 네스트로비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포워드에 가깝다. 2006-07 시즌 이후 던컨은 파트너들에 비해 골밑 지향적인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센터로 뛰었지만 샌안토니오 측은 공식 포지션에 던컨을 파워포워드로, 다른 선수들을 센터로 표기해 왔다. 올시즌 던컨의 파트너는 맷 보너와 드후안 블레어. 올시즌에도 샌안토니오는 던컨을 포워드로 표기한 반면 보너를 포워드 겸 센터, 단신 빅맨 블레어를 센터로 표기하고 있다.
드와잇 하워드(LA 레이커스), 앤드류 바이넘(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타이슨 챈들러(뉴욕 닉스), 앤드루 보것(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브룩 로페즈(브루클린 네츠) 등 명확하게 센터로 분류될 만한 선수는 몇 명 남지 않은 게 사실. 케빈 가넷(보스턴 셀틱스)이나 크리스 보쉬(마이애미 히트) 등은 최근 파워포워드에서 센터로 사실상 ‘전직’한 선수들이다. 팀에 따라서는 타 팀의 확실한 ‘센터를 막기 위한 선수’ 개념으로만 센터 포지션을 운용하기도 한다.
만일 던컨의 포지션이 센터로 분류됐다면 빌 러셀-월트 체임벌린-카림 압둘 자바의 ‘3대 센터’는 물론 샤킬 오닐 또는 하킴 올라주원보다도 아래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현대 농구에서 파워포워드와 센터의 구분이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던컨은 말론과 바클리, 혹은 그의 라이벌로 거론되는 케빈 가넷과 크리스 웨버 등과 비교해도 확연히 센터에 가까운 플레이를 한다. 때문에 던컨은 그간 올스타전에서 파워포워드 뿐 아니라 센터 부문으로도 많은 표를 받아왔다.
NBA 사무국 측의 이번 결정은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던컨의 포지션 논쟁에 대해 하나의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올스타 경력에 있어 ‘센터로 몇 번, 포워드로 몇 번’과 같은 논쟁 요소가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센터보다 더 센터다운 모습을 보이는 던컨의 포지션 문제는 보다 빠른 농구를 추구하고 있는 현대 농구에서 이질적이고 독특한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