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OB(두산의 전신)와의 시범경기에 프로야구 선수가 된 뒤 처음 경기에 나갔을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삼성 류중일 감독은 25일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자신의 신인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전날 1차전에 깜짝 출장해 자기 몫을 다한 포수 이지영과 투수 심창민을 칭찬하기 위해서였다. 류 감독은 “나는 시범경기인데도 그렇게 떨렸는데…. 한국시리즈에 처음 출전한 이지영과 심창민은 안 떨고 정말 잘했다”며 칭찬했다.
한국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류 감독이 이지영과 심창민의 중용 계획을 밝혔을 때 적지 않은 팬들이 놀랐다. 꿈의 무대인 한국시리즈, 그것도 승부의 분수령인 1차전에 경험이 일천한 선수를 투입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지영은 과감한 투수 리드로 진갑용의 공백을 잘 메웠다. 사이드암 투수 심창민도 1차전 6회 위기를 잘 막고 ‘제2의 권오준’ 역할을 해냈다. 류 감독은 1차전 깜짝 카드가 성공한 것에 고무된 듯 “어제 다 말했고 그대로 되지 않았습니까? 오늘은 기자들이 질문할 것도 없을 것 같네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류 감독과 달리 이 감독의 승부수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성현이 안타 1개(3타수)를 쳤을 뿐 이재원과 모창민은 무안타에 그치며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한 모창민은 결국 7회 대타 임훈과 교체됐다. 이만수 감독으로선 ‘백약이 무효’라는 말을 절감한 하루였다.
27일 문학에서 계속되는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양 감독이 어떤 용병술을 펼칠지 기대된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