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를 묻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호남 민심은 안 후보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MBC와 한길리서치가 6, 7일 광주·전남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유선전화 면접방식)한 결과 광주에서 문 후보는 25.8%, 안 후보는 58.6%였다. 전남에서도 문 후보는 36.1%, 안 후보는 52.1%였다.
리서치뷰의 18, 19일 여론조사(휴대전화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도 안 후보는 60.2%, 문 후보는 35.2%로 나타났다. 21, 22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에선 안 후보 62.4%, 문 후보 23.8%로 세 배 가까이로 차이가 났다. 추석 직후 문 후보가 안 후보를 바짝 추격해 한 자릿수로 격차를 좁혔던 것과 비교하면 문 후보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면에 포진했던 친노 핵심 참모 9명의 일괄 사퇴도 이 같은 호남 민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당 안팎의 퇴진 압박에도 버텨왔던 친노 핵심 참모들이 호남 민심이 문 후보에게 등을 돌리고 지지율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2선 후퇴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본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데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호남지역 도당 관계자는 “지역 여론은 ‘박근혜와 붙어서 이길 만한 후보가 누구냐’로 모아지고 있는데 안 후보가 더 높은 점수를 따고 있다”며 “전남 지역의 광역·기초의원 11명이 22일 안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며 걱정했다.
문 후보가 정치쇄신을 바라는 호남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 대신 무소속 후보가 선전한 현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달 말까지 호남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단일화 국면에서 안 후보를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 호남의 지지세를 하루빨리 끌어올린 뒤 그 분위기를 수도권으로 밀고 올라와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