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선진 합당 선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선진통일당 이인제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합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양당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선진당 이인제 대표는 이날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 “이번 대선에서 나라의 안정과 국민의 행복을 키울 수 있는 건강한 정권 창출이 시대적 소명이자 국민의 여망”이라며 “두 당이 하나가 돼 소명에 부응하고 여망을 받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용광로의 쇠처럼 뜨겁게 결합해 박근혜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키자”고 강조했다.
○ 충청발 범보수 통합
박근혜 후보는 선진당과의 합당으로 범보수세력 끌어 모으기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작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맞설 지지세력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 지도부 내에선 선진당과 합당하는 것보다는 느슨한 연대가 더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격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것. 하지만 박 후보가 직접 나서 합당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선진당이) 힘을 합해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국민이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많은 힘이 돼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선진당을 사실상 흡수함으로써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였던 충청 지역에서의 세 확산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실제 염홍철 대전시장을 비롯해 선진당 소속 9명의 광역·기초단체장도 합류했다. 국회 의석도 선진당 4석을 더해 153석으로 늘어 과반 의석을 되찾게 됐다.
○ 이인제 “백의종군”…민주당 폄훼
이인제 대표는 이날 “선진당 대표와 국회의원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의종군하면서 박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을 탈당해 독자 출마를 강행했다가 낙선한 뒤 15년간의 정치유랑 끝에 다시 친정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1992년 통일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는 새누리당에 입당하면 12번째 당적을 갖는 것이다.
이로써 1995년 자유민주연합, 2008년 자유선진당으로 이어졌던 충청 기반 정당의 맥이 사실상 끊어졌다. 이 대표는 선진당 성완종 원내대표 등을 통해 충청권의 상징적 정치인인 이회창 전 대표, 김종필 전 총재, 심대평 전 대표에게 통합 논의를 상세히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진당과의 통합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대선을 코앞에 둔 1997년 11월에도 신한국당과 당시 ‘조순’ 민주당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에 맞서 합당을 했으나 대선에서 패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박근혜 후보가 국민대통합을 하겠다더니 보수대통합을 하고 있다”며 “철새도래지의 완결판처럼 보인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순형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양당 정치체제의 폐해가 많아 제3당의 존재 의미가 있는데 합당은 정당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