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또 폭언 파문
하지만 서 씨는 피고인 측 변호인의 심문에 모호한 대답을 반복했고 앞서 진술한 내용을 뒤집기도 했다. 이에 유 부장판사가 직접 심문했는데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그러자 유 부장판사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쉰 뒤 혼잣말을 하듯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독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재판장석의 마이크가 켜진 상태여서 이 말은 서 씨의 귀에 생생하게 들렸다. 이 사실이 알려진 24일 심상철 서울동부지법원장은 곧바로 유 부장판사에게 구두 경고했다. 유 부장판사는 지인들에게 “혼잣말이었는데 부적절한 언행으로 서 씨에게 상처를 줘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재판이 있었던 22일 오전 11시 서울동부지법에선 법관의 언행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지만 유 부장판사는 재판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이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과 대법원은 유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24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까지 나서 “(법관의) 부적절한 법정언행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이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증인에게도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대법원은 막말 파문이 빚어질 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강조했지만 일부 판사들의 오만하고 몰지각한 언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하며 법관의 언행 개선을 강하게 주문한 뒤로 각급 법원에서는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기적으로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자정노력을 해 왔다. 2010년 8월 서울중앙지법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조정 과정에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법관 언행 연구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일반 시민과 검사, 변호사 등의 의견을 물어 재판과정을 평가하고 이를 법관 연임심사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그동안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쌓아온 법원의 노력이 한 사람의 말실수로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법원은 분노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곳인 만큼 법관 스스로가 말씨와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채널A 영상] 법정 마이크 켜진 상태서 “늙으면 죽어야”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