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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 못견디고… 지름 수cm 러시아産 고무링이 나로호 발목 잡았다

입력 | 2012-10-27 03:00:00

■ 카운트다운 5시간 앞두고… 나로호 발사 연기




지름이 몇 cm에 불과한 값싼 고무 부품(O링) 하나가 길이 33m, 무게 140t, 부품 20만 개에 이르는 거대한 나로호의 ‘발목’을 잡았다.

26일 오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나로호는 1단 로켓 아래쪽에 달린 부품이 파손된 사실이 확인돼 발사가 연기됐다. 이 부품은 러시아가 제작해 공급한 것이다.

○ 작은 부품 하나가 나로호 멈추게 해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 10시 발사시간을 확정하기 위해 나로호 3차 발사관리위원회를 열던 중 헬륨 고압탱크의 압력이 정상치보다 떨어진다는 러시아 측의 연락을 받았다”면서 “발사를 중단시키고 발사대에 올라가 눈으로 나로호를 살핀 결과 파손된 고무 부품이 1단 로켓 가장 아랫부분 연결장치 밖으로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부품은 나로호에 헬륨가스를 공급하는 배관 연결장치에 들어가는 것으로 헬륨가스가 새지 않도록 배관 사이에서 밀봉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의 연결장치에는 이런 O형 고무 부품이 연근 구멍처럼 곳곳에 끼워져 있다.

그런데 이 고무 부품이 찢어지면서 배관의 압력이 정상치(220기압)보다 낮아졌다. 이는 센서를 통해 곧바로 발사통제동(MDC)에 전달됐다. 헬륨가스는 나로호 1단 엔진에 연료와 산화제 공급을 조절하는 밸브를 열고 닫기 때문에 압력이 낮아지면 이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나로호 발사 매뉴얼에는 발사 전 헬륨가스의 압력을 확인하게 돼 있다.

조 단장은 “나로호는 발사 과정이 총 600단계로 이뤄져 있고 이 단계를 정상적으로 통과해야 발사할 수 있다”면서 “헬륨가스 배관의 압력을 체크하는 과정은 240번째 단계였고 여기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2009년 8월 19일 나로호 1차 발사 당시에도 헬륨가스 배관의 압력이 떨어져 발사 7분 56초를 남겨 놓고 자동 중단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조 단장은 “1차 발사 때는 단순 센서 오류였고 이번처럼 기계적인 결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 최종 리허설 때 왜 몰랐나

26일 오전 나로호가 발사준비 단계에서 이상이 발생해 이날 오후 발사대에서 지상으로 내려지고 있다. 나로호는 종합조립동으로 옮겨져 정밀 점검을 받고 있다. 고흥=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발사 하루 전 최종 리허설을 거쳤음에도 발사 당일에야 문제를 발견한 것과 관련해 발사 전 기술적인 점검이 철저하지 않았을 개연성도 제기됐다. 또 최종 리허설에서 나로호와 발사통제동 간의 전기신호 전달이 원활한지 확인하는 데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 단장은 “220기압하에서 균열이나 파손이 생기지 않는지 이미 수차례 최종 리허설 전 종합조립동에서 확인했다”면서 “당시 테스트에서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립동에서 여러 차례 점검하며 고압을 가하는 과정에서 고무 부품에 피로가 누적돼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나로호 1단을 발사대에 있는 헬륨가스 주입 케이블과 직접 연결한 건 이날 한 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품의 자체 결함이나 나로호의 연결장치와 헬륨공급장치를 붙이는 과정에서 고무 부품이 손상됐거나 자리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흥=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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