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왜 대통령이 되려 하시나요? 무엇을 보호하고 무엇을 존중하기 위해 그 전쟁터에 나서셨습니까? 꼭 당신이어야 하나요? 투쟁의 목적이 뭔가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테니 나를 찍으라는 구걸의 논리 말고, 유비가 공명을 설득했듯 그렇게 한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큰 논리가 있나요?
삼국지를 보셨지요? 힘은 관우나 장비에게 뒤지고, 머리는 공명에게 뒤지는 유비가 그들의 주군인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유비의 사람들은 돈이나 권력 때문에 모여든 게 아닙니다. 그들은 태평성대를 일궈 보겠다는 원력으로 모인 사람들입니다. 유비조차도 그 원력의 구심점일 뿐입니다.
유비는 가슴형 인간입니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공명(共鳴)입니다. 느낄 줄 아는 존재인 거지요. 그는 공명을 자신의 머리로 느끼며 존중하고, 관우를, 장비를, 조자룡을 수족으로 느끼며 아낍니다. 바람처럼 자유롭고 거목처럼 중심이 있었던 공명이 왜 유비를 주군으로 섬겼을까요? 억압하지 않고 막지 않고 믿어주는 주군이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무대로 ‘너’의 춤을 추어도 좋다는 자신감의 춤입니다. 그 자신감 위에서 ‘너’를 완전히 신뢰하겠다는 결단의 증표이기도 합니다. 그런 유비니 괜찮은 장수들이 따르는 것입니다.
두루 인재를 쓸 줄도 아는 노회한 조조지만 조조는 의심도 많습니다. 어떤 영웅이 의심 많은 주군을 섬기겠습니까? 어떤 영웅이 충성을 시험하는 주군과 함께 뜻을 세우고 기를 펴겠습니까? 평가하고 심판하는 군주는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조조는 승운이 없는 유비의 수하 영웅들을 부러워하며 훔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훔쳐간들 그들이 유비에게처럼 조조에게 충성할까요? 영웅들처럼 사람을 가리는 이들도 없는데.
명산이 명산인 건 산 좋고 물 좋아서가 아니라면서요? 명산이 명산인 건 현자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국을 통일하지도 못했던 유비가 명산인 건 사심을 버릴 줄 알았던 사람들, 공명이 있고, 관우가 있고, 조자룡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심을 내려놓을 때 눈이 열려 사람이 보이고 길이 보이고 나라가 보입니다. 유비를 무대로 활개를 펴는 영웅들을 보면, 꿈같은 인생, 꿈인 줄 알고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당신 주위에는 누가 있나요? 당신 주위의 사람들이 당신을 설명합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