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욱 산업부 기자
반면 네덜란드 독일 영국 호주 등의 법원은 두 회사가 벌이는 ‘세기의 특허전쟁’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소송이지만 결과는 이처럼 달랐다. 자국 기업인 애플을 편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탓이라고 하면 지나친 얘기일까.
미국의 자국 기업 보호로 유명했던 것이 클린턴 행정부 때의 ‘슈퍼 301조’다. 그러나 이 조항은 무역보복을 부를 수 있는 직접 규제라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일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한층 정교해진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경영(준법경영)의 잣대를 외국 기업에 엄격하게 들이대 ‘보이지 않는 보호무역주의’의 효과를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컴플라이언스 경영을 일찌감치 몸에 익힐 수 있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익숙한 덕분이다. 이는 가해자(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손해배상을 하게해 ‘나쁜짓 하고도 벌금으로 적당히 때울 수 있다’는 의식에 철퇴를 가하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제조업이 쇠락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컴플라이언스 개념이 약한 나라를 상대로 보호무역 장벽을 한층 견고하게 쌓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미국 대선의 화두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 자국 기업을 감싸려는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다는 게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앞세워 휴대전화시장의 강자였던 노키아도, 모토로라도 제쳤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애플과 ‘맞짱’을 뜰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밖에 없다. 그런 삼성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는 길은 컴플라이언스 경영의 체질화다.
정진욱 산업부 기자 cool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