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간 조선의 선비들/김경숙 지음/332쪽·1만8000원·이순
‘조선통신사 국서선도선도’ 병풍에 그려진 1711년 조선통신사를 태운 일본 금루선. 이순 제공
조선통신사의 사행원(使行員)은 다양한 신분으로 구성됐다. 공식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 외에 요리사와 관노, 개인적으로 데려가는 심부름꾼까지 포함됐다. 음악, 미술, 잡기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다양한 직업인들도 동행했다.
지역을 옮길 때는 묵을 곳과 탈것 쟁탈전이 벌어졌다. 사행선 안에서는 각자 배정된 방을 서로 자주 바꿨다. 친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같은 방을 쓰기 위해서였다. 넓고 좋은 숙소를 차지하고픈 바람 때문에 먼저 도착한 사람의 하인들이 방 앞에 붙어 있는 이름 팻말을 바꿔치기하는 일도 자주 벌어졌다. 일본에서 제공한 가마와 말을 놓고도 누가 더 편한 것을 탈 것인지 신경전이 펼쳐졌다. 다툼은 대체로 서얼 출신과 중인 신분의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서로에 대한 적의를 드러냈다. 조선 후기 신분제도의 갈등이 표출됐던 것이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