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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북한 관련 보도의 한계와 극복 방법

입력 | 2012-10-27 03:00:00

◇분단 저널리즘 뛰어넘기/신석호 지음/336쪽·1만5000원·리북




하루에도 수십 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신문에서 접한다. 상당수는 오보이거나 사실 확인이 안 된 기사다. 극도로 제한된 정보와 현장 취재가 불가능한 한계점, 정치적 갈등이 구조화된 남한사회 등 다양한 요소가 자주 기자로 하여금 보도의 생명인 객관성과 공정성, 정확성을 지킬 수 없게 만든다.

신문기자 최초의 북한학 박사인 저자는 이러한 분단이 강제하는 언론환경의 부정적 현상을 ‘분단 저널리즘’이라고 정의했다.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남한에서 생산되는 북한 및 남북관계 보도가 저널리즘 원칙을 일탈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이에 대한 반성과 함께 분단저널리즘을 극복하는 10가지 방법을 설명한다.

책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저자는 정부가 비밀처럼 숨기고 있는 북한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취재원에게 어떻게 접근하며, 어떻게 정보를 조합해 숨겨진 실체를 구체화하는지를 발로 뛴 경험을 통해 알려준다. 탐정이 작은 단서를 하나하나 모아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하고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처럼 흥미롭다. ‘북한’이란 주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추리소설 팬이라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2009년 남북한의 정상회담 추진과정을 3년 가까이 집요하게 추적했다. 고위당직자 A에게 들은 말을 B에게 전하고 한마디 더 얻어 C에게 전하는 식으로 조각조각 진실을 맞춰간다. 결국 2012년 6월 비선접촉의 주인공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 전말을 밝혀낸다.

“비밀을 알면 다른 비밀이 굴러온다” “서로 다른 두 사건의 상관관계를 찾아라”.

셜록 홈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 아닌가. 2009년 남북 정상회담 개최 논의의 실패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한 묶음이란 점을 깨닫는 과정, 북한 대남정책을 계량화하고 그래프로 만들어 대화와 공세의 이중전술을 눈으로 보여주는 과정도 소개한다. 형사 콜롬보가 각 살인사건의 수법, 간격, 시간대의 규칙성을 발견해 범인을 밝히는 과정과 비슷하다.

1970년대 외교문서, 조선중앙TV를 모니터링하는 저자의 모습에서도 신문의 단신 기사에서 실마리를 찾거나 폐쇄회로(CC)TV 영상 속 머리 그림자로부터 범인의 직업과 성별, 나이를 추리하는 탐정이 떠오른다. 엄정한 자기반성도 빼놓지 않았다. 자신이 쓴 오보를 속속들이 밝히고 이명박 정부 5년의 대북 정책과 남북관계를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