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제주마 방목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야생노루.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농작물에 해를 입히자 유해동물로 지정해 포획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높아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오라골프장 한라산골프장 등에서는 야생 노루가 그린 근처까지 접근하기도 한다. 한라산 등산로에서도 노루를 쉽게 볼 수 있고 오름 목장 등지에서는 떼 지어 몰려다니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접한다. 골퍼나 등산객 등에게는 이색적인 풍경이지만 노루 때문에 농사를 망치는 일이 잦아 농민들은 ‘죽을 맛’이다. 노루들이 새순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콩 배추 등을 마구 파헤친다. 제주시 구좌읍 박모 씨(62)는 “노루 서식지인 숲이나 덤불 주변의 콩밭은 수확할 것도 없이 다 사라져 맨땅으로 변했다”며 “그물망을 쳐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농민과 노루의 ‘작은 전쟁’이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제주도는 그동안 수차례 토론회를 열어 노루 포획 여부를 논의를 했으나 농민과 동물보호단체 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루 적정밀도 조절방안 등에 대해 이견이 많은 가운데 제주도의회 구성지 김명만 의원은 최근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했다.
제주지역 야생 노루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1987년부터 먹이주기, 밀렵 단속, 올가미 수거 등 다양한 보호활동을 펼치면서 개체수가 늘었다.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지난해 5∼11월 해발 600m 이하인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루 개체수는 1만7700여 마리로 나타났다. 100만 m²(약 30만 평)당 노루의 적정밀도는 8마리로 알려졌지만 제주지역 노루 분포는 해발 500∼600m 45.6마리, 해발 400∼500m 36.7마리 등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양창호 환경자산보전과장은 “노루를 유해 동물로 지정하더라도 곧바로 사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노루 분포, 적정밀도 등에 대한 세부 조사를 거쳐 포획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