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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칼럼]‘단일화 필승론’ 탄탄대로인가

입력 | 2012-10-29 03:00:00


황호택 논설실장

이번 대선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론조사만으로는 누가 단일 후보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대선후보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밀린다. 하지만 ‘누구로 단일화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설문에는 문-안 후보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응답이 많다. 초반에는 안 후보가 젊어서 차기를 바라볼 수 있고 국정경험이 부족하니 시간이 가면 문 후보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앞섰다. 10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는 오히려 문 후보가 3위로 고착돼 가는 양상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對) 안 후보는 대체로 안 후보의 우세로 나오는데, 박 후보 대 문 후보로 가면 문 후보의 열세다. 문 후보로 단일화할 때는 안 후보 지지층에서 10∼20%가 이탈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로 단일화할 때는 이탈률이 줄어든다. 그러나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권교체를 기대하는 여론조사 지수가 높게 나오기 때문에 지금 열세인 문 후보 쪽으로 단일화하더라도 어느 정도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안 후보의 지지율 차에도 불구하고 단일화의 승패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를 하면 안 후보가 유리하다. 민주당 경선 때처럼 모바일 선거인단과 여론조사 방식을 섞는다면 모바일 조직을 동원해 본 문 후보가 유리할 것이다. 여론조사 방식도 설문 내용이 야권 후보의 적합성을 강조하느냐, 박근혜 후보와 상대했을 때의 경쟁력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방법 따라 후보 달라질 가능성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박 후보의 승리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3자 대결 구도에서는 박 후보의 지지율이 40% 안팎을 오르내리며 문-안 후보를 앞서는 구도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 3자 대결 시에는 노태우 36.6%, 김영삼 28%, 김대중 27%를 기록했던 1987년 대선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자 대결 시 박 후보 필승론은 거꾸로 문-안 후보에게 압박요인이기도 하다.

과연 단일화는 이뤄질 것인가. 안 후보는 작년 9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현 집권세력(한나라당)이 한국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문 후보는 경선 초반부터 공동(共同)정부론을 들고 나왔고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나서도 다시 이를 확인했다. 손학규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됐더라면 3자 구도라도 끝까지 가는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지만 문 후보는 단일화에 매달릴 것이라는 짐작이 유력하다.

단일화 필승론(必勝論)에도 함정은 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도 정 후보의 표 20∼30%가 이회창 후보 쪽으로 갔다고 한다. 양자 대결 시 박-안 후보의 지지율도 오차 범위(5∼6%포인트) 안에 있다. 이번 대선은 전에 비해 50대 60대의 인구가 늘었고 20대 30대의 인구가 줄었다. 더욱이 젊은 세대는 투표율이 낮다.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정한울 부소장은 “캐스팅보트를 쥔 40대를 박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면 박 후보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소 신동철 부소장은 “박 후보의 지지율은 다소 출렁거리다가도 곧바로 회복된다. 안철수도 상승 국면이 멈췄다”고 분석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단일화를 전제로 전략을 세우겠지만 양김 씨의 분열을 보더라도 단일화가 쉽지만은 않다”고 전망했다. 2002년 단일화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막후에서 실질적인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 성사됐다는 회고담도 있다. 하지만 문-안 후보를 조정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이 현재로선 야권에 보이지 않는다.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면 시너지가 생기지 않고 이탈 표가 늘어날 수도 있다.

감동 못주면 시너지 안 생긴다

DJP(김대중-김종필)는 호남 충청 지역 연합의 성격이 강했지만 문-안 후보는 같은 PK(부산-경남)여서 지역연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통합이 이뤄지면서 문-안 공동정부에서 소외감을 느낄 충청 지역의 향배가 관심거리다. 물론 야권의 두 후보 모두 PK여서 영남표가 분할된다는 점이 박 후보에겐 불리하다. 2002년 선거 때 노무현 후보는 PK 지역에서 29.4%를 득표했는데, 현재 문-안 후보는 지지율이 40%가량 나온다.

여야 간에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결로 계속 치닫는다면 과거사 문제로 걸리적거릴 것이 없는 안 후보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 능력을 불안하게 보는 국민이 많은 것이 안 후보에겐 최대 약점이다.

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