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대법원도 그대로 확정했다. 녹음테이프만으론 자백이 자발적이었다고 볼 수 없고 결정적 물증도 없다는 이유였다. 김 전 대법관은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희대의 흉악범이라도 자백이 유일한 증거라면 유죄로 볼 수 없다는 형사재판 원칙에 소홀했던 것이다. “그 피고인이 범인이리란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그 재판에 적용했던 잣대를 다른 일반 사건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면 채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자백만으로 유죄를 결정하는 게 일반화되면 무고한 전과자를 양산해 정의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현대 법은 특정 사건에만 통하는 ‘개별적 정의’가 아닌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일반적 정의’에 따른다. 국선변호는 그런 취지의 제도다. 특정 사건만 보면 ‘흉악범을 왜 세금으로 변호해주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 사건으로 넓혀 보면 변호사 쓸 형편이 안 돼 누명을 쓴 사람을 구제하는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주부 살해범 서진환은 25일 재판이 선고 없이 끝나자 국선변호인에게 “왜 자꾸 선고를 미루느냐”며 짜증을 냈지만 그에게도 3심까지 기회를 주는 게 법이다.
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