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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北정권 붕괴때 中개입 대비 나섰다

입력 | 2012-10-29 03:00:00

‘고구려는 唐 지방정권’ 中 왜곡주장 등 보고서에 담아
美 “中옹호 아닌 팽창 견제용”… 韓 반박 자료도 첨부




미국 의회가 북한 붕괴로 한반도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이 북한 영토에 대한 자국의 연고권을 주장하면서 물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보고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북한 붕괴를 빌미로 한반도에 세력을 확대하려 할 개연성을 놓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27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한반도 급변사태 때 중국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를 분석하기 위해 보고서를 마련하고 있다”며 “보고서는 키스 루스 상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이 작성하고 있고 다음 달 중순경 발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정치 경제 역사 등 다방면에 걸쳐 중국이 한반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결론을 제시하는 형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에 쿠데타 등 ‘정치적 동란’이 발생하는 경우 1961년 9월 10일 발효된 북-중 우호협력 원조조약에 따라 중국의 정치 군사적 개입이 정당화되는지, 무산광산과 나선특구 등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개입의 근거가 될 것인지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이 보고서의 ‘역사’ 파트를 위해 중국이 역사적으로 한반도 국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조사해 정리한 자료가 작성됐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지역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영토 관련 주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는 미 의회조사국(CRS) 수전 로런스 선임연구원이 작성했다. 로런스 연구원은 중국 동북지역 및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역사 왜곡 주장을 종합하고 이에 대한 한국의 반론을 부록으로 첨부했다.

자료는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고구려는 당나라 중앙정권에 예속된 소수 민족의 지방정권”이라거나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나라가 안동도호부를 세워 한강 이북지역을 직접 통치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내용을 담았다. 또 “조선과 청나라가 백두산정계비를 근거로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국경을 정했다”는 중국 측 주장도 함께 넣었다.

자료는 “중국 역사책 속에 고구려가 독립 왕국이라고 돼 있는 부분도 있다”거나 “한국은 고구려가 자국의 역사라고 주장한다”며 중국 측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도 함께 실었다. 발해에 대해서는 ‘중국 왕국’이라는 표현은 없고 “중국 사람이 쓴 책에는 일본 사람들이 발해가 한반도 역사라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런스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자신이 만든 중국 자료를 주미 한국대사관 측에 주면서 “한국 측에서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의견을 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동북아역사재단은 학계 의견을 수렴한 뒤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해 “고구려와 발해는 우리 역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로런스 선임연구원이 만든 자료가 중국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역사왜곡을 미국이 의회 보고서를 통해 기정사실화 또는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으나 이는 보고서의 성격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미국은 중국 측 입장을 옹호하지 않으며 이번 보고서는 중국의 무리한 주장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의 역사인식을 잘 알지 못하는 미 의원들에게 교육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미국은 역사 문제에서 중국을 편들지 않고 있고 편들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바로잡습니다]

‘美의회, 北정권 붕괴때 中개입 대비 나섰다’ 제하의 기사 중 “고구려와 발해는 우리 땅”이라는 표현을 “고구려와 발해는 우리 역사”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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