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청소년 자살 인터넷 글 6만9886건 분석
가정 형편은 계속 어려웠다. 고등학생이 되니 더 힘들게 느껴졌다. 뭘 해도 미래가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이야기할 곳은 없었다.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했다. 긴긴 밤은 PC방이나 게임방에서 보냈다.
어느 날 외로워 미칠 듯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동반자살을 이야기하던 친구와 술을 퍼부었다. 지은이는 택시를 타고 ○○대교로 가면서 친구 몇 명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고마웠어. 행복해.”
어떻게 하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을까. 동아일보가 민관 합동의 ‘빅데이터 국가전략 포럼’, SK텔레콤과 함께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룬 이유다.
먼저 자살을 주제로 하는 글이나 의견이 인터넷에 얼마나 많은지 살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50만6766건이었다. 이어 글의 작성자가 청소년임을 파악하기 위한 키워드로 데이터를 다시 걸렀다. 6만9886건이 나왔다. 자살하고 싶다는 심정을 털어놓거나, 구체적 방법을 묻거나, 동반자살을 생각하는 10대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분석 결과 자살을 긍정적으로 보는 청소년(45%)이 일반인(30%)보다 높게 나왔다. 자살하고 싶은 이유로는 외로움과 고독(4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학교폭력(20.5%), 성적·진학(19.6%), 경제적 빈곤(3.4%)이었다.
자살 관련 청소년의 트위터는 월요일에 급증하기 시작해 수요일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10시에서 밤 12시 사이에 가장 많았다. 심야에 외로움을 느끼는 10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제2, 제3의 지은이가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송상근 기자 songmo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