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장, 국감서 밝혀 “盧-金 대화록 있지만 NLL발언 확인 못해줘”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대화록 존재를 확인하면서도 공개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 원장은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화록은 있다”며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본 것이 맞다”고 말했다고 민주통합당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그러나 원 원장은 “공개보다 국가안보가 더 중요하며 정치 문제가 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여야가 합의를 해도 (대외) 공개를 전제로 한다면 공개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원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 나도 (대화록을) 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윤상현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원 원장이 ‘(우리 측이) 녹취한 것을 풀어 쓴 것은 있고 그것을 대화록으로 보존한다’고 설명했다”고 했으나 민주통합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비밀 단독회담, 비밀 녹취록은 없다는 것을 원 원장이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건넨 녹음자료의 존재 유무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북한에서 녹음해 (우리 측에) 전달해준 것도 없다는 게 원 원장의 답변”이라고 했지만 윤 의원은 “그런 답변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북한 동향과 관련해선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과 영생탑을 건립하고 초상화 교체, 스위스 테마파크를 본떠 유원지를 건설하는 등 우상화와 위락시설 건립에 3억3000만 달러(약 3615억 원)가 투입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북한 주민의 4개월 치 식량에 해당하는 옥수수 110만 t을 살 수 있는 돈이다. 북한은 올해 능라유원지를 비롯한 놀이시설을 대거 신축하고 평양 김일성광장을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안정성에 대해 국정원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난맥상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관리개선조치 의견을 개진하라면서 ‘자본주의를 논하는 자들은 짓뭉개라’고 지시하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는 것. 공안기관에서 간첩조작 사건, 실적 부풀리기 등으로 충성경쟁을 벌이면서 공포정치가 이어진다는 보고도 있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