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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견소왈명(見小曰明)

입력 | 2012-10-31 03:00:00

見:볼 견 小:작을 소 曰:가로 왈 明:밝을 명




사소한 변화를 감지하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의미하는 말로 노자 52장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의 의미를 한비는 법가적으로 이렇게 재해석했다.

“옛날 주왕(紂王)이 상아 젓가락을 만들자 기자(箕子·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의 숙부. 태사(太師) 벼슬을 지냈으며 기(箕)땅을 하사받아 기자라고 불렸다)가 염려해 이렇게 말했다.

‘상아 젓가락은 흙으로 만든 그릇에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고 무소뿔이나 옥으로 만든 그릇에만 사용될 것이다. 상아 젓가락에 옥으로 만든 그릇을 쓰게 되면 채소보다는 소나 코끼리나 표범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 소나 코끼리나 표범 고기를 먹게 되면 베로 만든 짧은 옷을 입거나 초가집 밑에서는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비단 옷을 입고 구중궁궐이나 넓은 집, 높은 누대가 있는 집에서 살려고 할 것이다. 나는 그 최후가 두렵기 때문에 상아 젓가락을 처음부터 걱정한 것이다(昔者紂爲象箸而箕子怖, 以爲象箸必不加於土b, 必將犀玉之杯; 象箸玉杯必不羹菽藿, 則必모象豹胎; 모象豹胎, 必不衣短褐而食於茅屋之下, 則錦衣九重, 廣室高臺.吾畏其卒, 故怖其始.”(한비자 ‘유로(喩老)’편)

주왕은 기자를 감옥에 가두었다.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자를 가둔 지 5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포락(포烙)이란 형벌을 만들었다. 포락은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는 구리 기둥에 기름을 발라 숯불에 달군 뒤 그 위를 맨발로 걸어가게 하고 미끄러지게 되면 불에 타죽는 가혹한 형벌이었다. 술과 여인에 빠졌던 주왕의 향락은 극에 달해 그가 남긴 술지게미가 언덕을 만들었을 정도였다.

기자의 통찰력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일의 조짐은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 따라서 주변의 미묘한 상황을 읽어내기 위한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의 차이는 결국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미리 아는가 모르는가에 달려 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