見:볼 견 小:작을 소 曰:가로 왈 明:밝을 명
“옛날 주왕(紂王)이 상아 젓가락을 만들자 기자(箕子·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의 숙부. 태사(太師) 벼슬을 지냈으며 기(箕)땅을 하사받아 기자라고 불렸다)가 염려해 이렇게 말했다.
‘상아 젓가락은 흙으로 만든 그릇에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고 무소뿔이나 옥으로 만든 그릇에만 사용될 것이다. 상아 젓가락에 옥으로 만든 그릇을 쓰게 되면 채소보다는 소나 코끼리나 표범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 소나 코끼리나 표범 고기를 먹게 되면 베로 만든 짧은 옷을 입거나 초가집 밑에서는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비단 옷을 입고 구중궁궐이나 넓은 집, 높은 누대가 있는 집에서 살려고 할 것이다. 나는 그 최후가 두렵기 때문에 상아 젓가락을 처음부터 걱정한 것이다(昔者紂爲象箸而箕子怖, 以爲象箸必不加於土b, 必將犀玉之杯; 象箸玉杯必不羹菽藿, 則必모象豹胎; 모象豹胎, 必不衣短褐而食於茅屋之下, 則錦衣九重, 廣室高臺.吾畏其卒, 故怖其始.”(한비자 ‘유로(喩老)’편)
기자의 통찰력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일의 조짐은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 따라서 주변의 미묘한 상황을 읽어내기 위한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의 차이는 결국 큰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미리 아는가 모르는가에 달려 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