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상식장 이모저모
‘내 아내의 모든 것’에 밉지 않은 수다쟁이 유부녀로 출연한 임수정(왼쪽).‘건축학 개론’에 출연해 만인의 첫사랑으로 사랑받은 수지.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encut@donga.com
카펫 위는 활기 넘치는 배우들 덕택에 그대로 영화 속 한 장면이 됐다. 30대 배우 임수정(33)은 어깨를 드러내고 하체는 감춘 진청색 드레스로 우아함을 뽐낸 반면에 20대의 발랄한 박보영(22)은 계절을 무색하게 하는 옅은 에메랄드빛 미니 드레스로 깜찍함을 강조했다. 중견 배우 정혜선과 선우용녀는 화려한 한복으로 중후한 맵시를 선보였다.
김기덕 감독은 보타이를 챙겨 맨 말쑥한 청년들보다 더 튀었다. 김 감독은 회백색 무늬가 어지러운 군인 점퍼에 특유의 올려 넘긴 꽁지머리를 하고 레드카펫 위를 휘저으며 등장했다.
오프닝 무대는 영화 ‘500만불의 사나이’로 스크린에 데뷔한 신인 배우 겸 중견 가수 박진영이 장식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 음악에 맞춰 긴 팔다리를 뻗어 춤추던 그는 ‘너뿐이야’를 부르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목표는 객석의 임수정. 그러나 박진영이 내민 손길은 임수정 옆에 앉아 있던 류승룡에게 막혔다. “여배우 분들은 왜 제가 다가가기만 하면 겁을 내죠?”(박진영)
이병헌은 남우주연상과 토요타 인기상 수상자가 됐지만 영국 런던에서 영화를 찍고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영화사를 통해 “오늘 관객이 1100만이 됐다. 1100만 명이 주신 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영화발전공로상을 받은 곽정환 서울시네마타운 회장과 그의 부인인 고은아 서울극장 대표는 금실을 자랑했다. 한때 은막의 스타로 이름을 날린 고은아는 백발의 남편을 바라보며 “꽤 오랜 세월이 지났다. 50여 년간 한국영화와 함께하며 한식구로 지냈던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82세의 곽 회장은 시상자의 잘못된 소개를 아역 배우 능가하는 유머와 함께 바로잡았다. “영화 300개 만들었다고 했는데 거짓말이에요. (허리를 옆으로 젖히면서 익살스레 웃으며) 저 150개 만들었습니다!” 도망치듯 퇴장하는 그의 뒤로 객석의 폭소가 쏟아졌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