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주인공 원류환이 동네 바보 방동구로 행세하며 지내는 2층 건물. 포털사이트 다음 만화속세상 (오른쪽)경기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에 있는 실제 건물. 웹툰과 달리 1층에 슈퍼가 없지만 실제 건물 외양과 웹툰 속 건물 모습에는 큰 차이가 없다.
언뜻 가상 공간처럼 보이지만 이 웹툰은 경기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을 모델로 했다. 부천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판자촌 마을로 재개발이 결정됐지만 아직까지 공사가 시작되지는 않아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은밀하게…’의 최종훈 작가는 웹툰 연재를 마친 뒤 후기에서 “원류환이 2년 동안 사는 달동네를 묘사하기 위해 한 달 넘게 인터넷을 뒤지고 답사를 다녔지만 적합한 장소를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작업실이 있는 부천 근처에 마침 적당한 장소가 있었다”고 말했다.
만화에서는 이처럼 실제 장소나 공간을 참고해 배경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배경에 등장하는 건물과 공간을 모두 상상해서 그리기도 힘들고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소재로 하는 경우에는 현실감을 주기 위해서다. 작가들은 대부분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실제 장소를 답사하며 사진을 찍고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린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연재되고 있는 하일권 작가의 데뷔작 ‘삼봉이발소’에는 말하는 고양이, 못생긴 사람들에게만 발병하는 ‘외모 바이러스’ 등 SF적인 소재가 등장한다. 하지만 소재와 달리 배경에는 성동고, 대방동 등 구체적인 지명과 장소가 등장해 현실감을 준다. 하 작가는 연재 당시 작업실과 가까운 구로구 신도림동, 관악구 신림동 등의 지명을 참고했다고 한다.
북한산 산악구조대 이야기를 그린 웹툰 ‘PEAK’에는 인수봉, 백운산장, 병풍암 등 북한산 곳곳이 등장한다. 스토리라인을 짜는 홍성수 작가는 실제로 구조대에서 군 생활을 했고, 그림을 그리는 임강혁 작가는 북한산을 직접 올라 사진을 찍으며 자료를 모았다고 한다. 이 웹툰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네 번째 시즌이 연재되고 있는 인기작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