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의 덫에 걸린 유흥업소 30대 여성의 전락
올해 7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주차장. 이른바 ‘텐프로’라 불리는 유흥업소 종업원 이모 씨(32·여)는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직원 조모 씨(42)의 승용차에 서둘러 탔다. 그러고는 자신이 쓰던 에르메스 ‘켈리백(사진)’ 2개와 카르티에 팔찌 세트 2개를 내밀었다. 켈리백은 ‘돈 있어도 못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하기 힘들다는 명품 가방이다. 아끼던 물건들을 내준 대가로 이 씨가 받은 것은 50mL 프로포폴 앰풀 16병. 속칭 ‘우유주사’로 불리는 마약이었다.
당시 이 씨는 프로포폴을 사는 데 이미 2760만 원을 쓴 상태였다. 4월부터 조 씨와 거래한 그녀는 한 달에 많게는 800만 원을 프로포폴에 썼다. 급기야 애지중지하던 물건까지 팔면서 약을 사들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씨는 개당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켈리백 외에도 15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 한 세트도 건넸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성진)는 프로포폴을 불법적으로 유통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 씨를 구속 기소하고, 프로포폴을 나른 같은 병원 피부관리사 장모 씨(32)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씨 등 상습 투약자는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이날 성형외과 의사 조모 씨(44)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 씨는 2009년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다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해 사망하게 하는 바람에 병원을 폐업하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의사에서 ‘프로포폴 공급자’로 전락한 조 씨는 강남 일대 주거지와 모텔, 호텔은 물론이고 부산 해운대까지 출장을 다니며 단골 고객에게 프로포폴을 놔줬다. 조 씨에게 프로포폴을 맞은 사람 중에는 춘천지검에서 기소된 방송인 A 씨와 프로포폴 관련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모 씨도 포함됐다.
조 씨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으로 프로포폴 20병을 밀수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친한 동료 의사 이름이 적힌 도장을 신분 위조용으로 파 사용하면서 제약사로부터 몰래 약을 사들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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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