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년때 진로 결정… 5∼8년간 집중식 교육
인문계와 실업계를 합친 중등 종합학교인 빌헬름로이슈너 슐레 학생들이 교내 목공 실습실에서 가구를 만들고 있다. 독일은 중등학생이 다양한 선택과목을 통해 여러 직업을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조기에 진로를 정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마인츠코스트하임=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독일은 한국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그룬트슐레(4년 과정)를 마치면 세 종류의 중등학교 중 하나를 선택해 진학한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인문계인 김나지움(8년 과정)으로, 직업교육을 받을 학생은 실업계인 레알슐레(6년 과정)나 하우프트슐레(5년 과정)로 간다.
이달 초 방문한 헤센 주 비스바덴 시의 게슈비스터 숄 그룬트슐레에는 1, 2학년 학생들이 체육관과 교실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다. 저학년 수업은 간단한 읽기와 쓰기, 셈하기가 전부다. 3학년 교실에서는 컴퓨터를 활용한 수학과 학생들끼리 퀴즈를 내며 익히는 영어단어 공부가 한창이었다. 헤센 주 교육청은 모든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학년말 독일어와 수학 학업성취도 평가를 한 뒤 4학년 진로 지도에 참고한다.
학생의 진로를 너무 빨리 결정짓는다는 지적에도 이 같은 시스템이 유지되는 데는 비결이 있다. 인문계나 실업계로 진학한 뒤에도 언제든지 쉽게 전학해 진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주에서는 인문계와 실업계를 합쳐 원하는 교육과정을 고를 수 있도록 종합학교도 운영한다. 프랑크푸르트 인근 마인츠코스트하임 시에 있는 빌헬름로이슈너 슐레가 이런 학교다.
이 학교는 5∼10학년 동안 학업과 직업체험을 병행한다. 7학년부터는 제빵 외국어 기계 목공 등 가능한 한 선택과목을 많이 배치해 학생이 적성에 따라 과목을 고르게 한다. 이를 위해 인근 4개 학교가 협력해 수업을 진행한다. 7, 8학년 때는 의무적으로 2주씩 직업 체험을 한다. 학생이 직접 인근 기업에 지원서를 내며 이 과정에서 학교에 상주하는 사회복지사가 도움을 준다.
9학년을 마친 학생 중 60% 정도는 하우프트슐레 졸업생처럼 곧바로 취업을 하고 나머지 학생은 10학년을 졸업한 뒤 취업을 하거나 김나지움으로 옮겨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잉예 클라인 교장은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최대한 다양한 진로를 열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성실하지만 성적이 나쁜 학생은 일주일에 하루씩 인근의 공장에서 단순기술을 익히게 하는 등 현실적인 진로 지도를 한다”고 말했다.
비스바덴=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