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신문박물관 뉴지엄에 가면 1948년 대선에서 승리한 해리 트루먼이 ‘듀이가 트루먼을 이기다’는 헤드라인의 시카고트리뷴지를 들고 웃고 있는 사진이 있다. 역사상 유명한 오보(誤報)가 실린 신문은 지금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당시 민주당 내분으로 모든 여론조사가 존 듀이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하늘만은 아니었다. 선거 당일 미시시피 계곡에서 발생한 폭풍우로 농촌지역 교통이 마비되면서 공화당 성향의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했다.
▷허리케인과 같은 대형 재난도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부시 대통령 부자는 허리케인과 악연이 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92년 허리케인 앤드루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그해 대선에서 빌 클린턴에게 패배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텍사스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대통령 전용기로 뉴올리언스 상공을 ‘관광하듯’ 둘러보고 백악관으로 귀환해 맹비난을 받았다. 그의 실책은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는 데 일조했다.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는 다른 허리케인과는 발생 시점이나 경로가 달라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투표일(11월 6일)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 그것도 10월 말 대형 허리케인이 발생한 것이 이례적이고 어느 쪽으로 표심이 기울어지지 않은 경합주를 통과하는 것도 특이하다. 그래서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허리케인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기후조작무기(HAARP)가 동원됐다는 그럴싸한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샌디가 대선가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단 덕을 보는 추세지만 재난이 확대되면 집권당에 비난이 쏟아지므로 꼭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롬니 후보는 대형재난 와중에도 선거운동에만 매진한다는 비난을 들을까봐 조심스러워 한다. 논쟁은 큰 정부-작은 정부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큰 폭풍은 큰 정부를 요구한다”며 연방재난관리청(FEMA) 폐지를 주장했던 롬니 후보를 비판했다. 기상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대통령 후보는 민심(民心)은 물론이고 천심(天心)의 지지를 받아야 당선되는 모양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