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관중 시대의 서글픈 현실 SK의 1루 쪽 더그아웃 복도에 선수들의 가방이 늘어서 있다. 700만 관중을 돌파한 한국 프로야구에서 국내 최고의 구장인 잠실구장에서 볼 수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정규시즌 1위 삼성은 중립경기로 잠실에서 열릴 SK와의 한국시리즈 5∼7차전에서 더그아웃을 선점할 권리가 있다. 삼성은 3루 쪽 더그아웃을 골랐다. 3루 쪽은 방문 팀 라커룸이 따로 없어 더그아웃 복도에 선수들 가방을 늘어놓아야 한다. 탈의실도 없어 선수가 구단 버스나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모두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은 당연히 없다. 삼성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가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태블릿PC를 만지작거리는 걸 볼 때마다 부끄러워진다”며 한숨쉬었다.
그래도 삼성이 3루 쪽을 고른 건 1루 쪽을 써도 이런 불편함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중립경기 때는 홈 팀 라커룸을 쓸 수 없다. 그래서 그나마 잠실에서 방문경기를 할 때 늘 써 와 익숙한 3루 측을 골랐다. 안방인 대구구장에서도 3루 쪽을 더그아웃으로 쓰는 점도 고려했다.
두산과 LG도 남의 잔치가 자신의 안방에서 열리는 게 탐탁지 않다. 두산 관계자는 “이제 프로야구 인기도 많이 올라갔는데 굳이 잠실에서 중립경기를 해야 하나 싶다”며 씁쓸해했다.
중립경기는 지방 구장의 열악한 환경 탓에 생긴 제도다. 보다 좋은 구장에서 큰 경기를 치르자는 취지다. 하지만 더그아웃에 늘어서 있는 선수들의 짐을 보면 잠실구장이 그럴 자격이 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잠실구장에서 공청회를 열어 “9회말 2사 후 만루홈런을 치겠다”며 야구장 시설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KBO 관계자는 “그때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며 한숨쉬었다. 박 시장의 그 ‘만루홈런’은 언제 터지는 걸까.
조동주 기자 djc@donga.com